사랑과 이별
“사랑은 본능도 감정도 아닌 기술”이라고 사회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피력했다. 악기나 그림을 배우거나, 의학이나 공학 기술을 습득할 때 노력과 지식이 필요하듯이 사랑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영화, 노래, 문학 등을 통하여 사랑을 감성적으로만 이해하기에 사랑의 기술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사랑의 기술을 연마하기는 한다. “작업의 정석”을 따라 어떻게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 잡을까를 고민하며 연애의 테크닉을 탐닉한다. 사회 진화론과 할리우드의 대중문화 코드에 따라, 남자는 돈과 사회적 지위를 추구하고, 여자는 보톡스와 성형수술, 그리고 노스트롬을 통하여 외모를 치장하며, 남녀 모두는 유머감각과 대화술을 배우며 매력 포인트를 극대화 하려고 애쓴다.
여기서 “사랑한다”는 느낌은 쇼핑의 감칠맛에 익숙한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자답게 상대방의 상품가치에 의해 생성된다. 부동산 투자 때 장래에 어떻게 개발될 것인가를 예측하고 뛰어드는 것처럼 인간의 애정관계는 장래성, 그리고 수요와 공급 곡선에 의거하여 시장의 교환방식을 따라 합일 점을 찾아낸다.
또한, 그토록 애를 쓰는 배후에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분리되는 고통으로 시작되어 혼자 쓸쓸히 땅으로 돌아가야 하는 세상과 분리되는 과정에서,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든 인간이 겪는 문제, 즉, 분리 상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고민이 있다. 고민 치료제로 등장한 사랑이라는 약이 합일 점을 제시했지만 정확한 사용법을 모르는 것이 문제의 시작이다. 사랑이 지속될 수 있다는 착각, 영원히 합일 점에서 머무를 수 있다는 환상이 사랑의 기술연마를 소홀히 한다. 그것은 시간과 환경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기정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과실이다. 나아가, 사랑은 언젠가 다시 분리된 상태로 돌아가야 하는 이별이라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해서다.
’이별의 기술’을 저술한 이탈리아의 인류학자 프랑코 라 세클라는 “두 사람이 사랑할 때 합의에 의해 그 사랑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평행선을 달리는 개별화된 사랑이 사랑의 본질이다”고 조언했다. 겉으로는 두 사람의 결합으로 보이지만, 속으로는 각자의 지극히 고독한 작업이라는 뜻이다.
이별은 사랑의 반대말도 사랑의 끝도 아니다. 결혼한 두 쌍 중 한 쌍이 이혼하는 시대다. 헤어지는 것은 결혼한 사람들이나 연인들의 일만은 아니다. 이사, 졸업, 진학, 죽음 등으로 이별의 그늘은 언제나 우리를 뒤덮고 있다. 하지만 이별의 순간이 다가서면 충격과 당황으로 고독의 고통을 겪고,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처절하게 싸운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라고 노래한 한용운처럼 이별에 섬짓한 가슴은 결국,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라며 상대방을 소유하려는 욕심으로 가득 찬다. 자녀를 멀리 대학 기숙사로 보내는 것이 안타까워 대학 주변으로 이사 가고, 시집간 딸을 곁에 두고 싶어 자신의 길 건너편에 집을 장만해주는 것이 바로 “휩싸고 도는” 좋은 예다.
억지 소유권을 고집하지 않고, 깃들면 받고 떠나면 보내는 것, 즉, “각자의 평행선”을 유지하는 것이 사랑의 기술이다. 발렌타인 데이는 그 기술을 연습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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