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李정부 첫 한미외교장관회담 개최…한미외교 프로세스 8개월만에 본 궤도
▶ 北비핵화 목표 재확인·긴밀 소통 강조… ‘한국 패싱’ 우려는 다소 덜어
▶ 고위관계자, ‘주한미군 역할 조정 가능성’ 언급…한미 협의 본격화 전망

(워싱턴=연합뉴스) 조현 외교부 장관이 31일 워싱턴DC 국무부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2025.8.1 [워싱턴 특파원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조현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과 미국이 이재명 정부 들어 첫 외교장관회담을 개최하면서 작년 12·3 계엄 이후 불안정했던 대미외교가 마침내 정상화의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31일 워싱턴DC에서 가진 회담에 대해 "건설적이고 좋았다"며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골자로 하는 이재명 정부의 외교 철학 방향을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한미는 북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하는 한편 긴밀 공조 의지를 다졌다.
한미동맹의 현대화에도 큰 틀에서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그 과정에서 수반될 주한미군 역할 조정 문제가 통상협상의 고비를 넘은 한미 간에 최대 현안으로 급부상한 분위기다.
◇ 北비핵화 목표 재확인·긴밀 공조 강조…'한국 패싱' 우려 다소 덜어
이번 한미외교장관회담으로 오랜 대미외교 공백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볼 수 있다.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과 대선 국면이 이어지면서 한국은 우리 외교의 기본인 미국과 제대로 된 소통을 하기 힘들었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이 루비오 국무장관과 회담을 하기도 했지만, 상황 관리 역할에 머물렀다.
이재명 정부의 첫 외교부 장관이 나선 이번 회담은 그래서 한국 외교의 근간인 대미외교를 정상화한다는 의미가 있다.
조 장관은 회담에서 한미관계 및 한미일협력 중시·한반도 긴장완화 등 이재명 정부의 외교 철학을 미국과 공유했다.
특히 회담에서 한미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하고 대북 공조를 약속한 것은 의미 있는 대목이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은 없다며 미국에 핵군축 협상 의도를 드러내는 상황에서, 자칫 미국이 이에 응한다면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고 제재가 무력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문제에 있어 한미 공조를 강조하면서 북미 대화 시 한국이 소외될 수 있다는 이른바 '한국 패싱' 우려도 덜게 됐다.
다만 북한 문제에서 조 장관은 '한반도 긴장완화'를 강조한 반면, 미 국무부는 회담 보도자료에서 제재 이행과 북러 밀착 우려 등도 거론해 다소 차이가 감지됐다.
대만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국무부는 양측이 '대만해협의 평화·안정'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했지만,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라고만 뭉뚱그려 언급했다. 대만 문제 언급에 민감한 중국 측을 의식했을 가능성이 있다.
◇ 고위관계자 "주한미군 역할 변화 가능할 수도"…한미 협의 본격화할 듯
한미는 이번 회담에서 '동맹 현대화'에 대해서도 큰 틀의 합의를 봤다.
두 장관은 "변화하는 역내 안보 및 경제 환경 속에서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전략적 중요성도 한층 높이는 방향으로 동맹을 현대화 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한미동맹 현대화란 양국이 달라진 지정학적 환경과 복합적 안보 위협에 맞게 동맹을 다듬는 작업으로, 미국은 북한 대응에 집중했던 주한미군의 역할을 대중 견제로 확대하길 원한다는 관측이 많다.
북핵 대응에 집중했던 주한미군을 대만사태 등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역할을 확대하자는 '전략적 유연성'도 그 일환으로, '동맹 현대화'는 필연적으로 주한미군의 역할·성격 변화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도 회담 뒤 취재진에게 "주한미군의 역할과 성격은 여러 가지 요인 때문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변화의 요인으로 "국제정세 변화, 기술적 변화, 중국의 전략적 역할 확대" 등을 거론했다.
주로 미국 측이 거론했던 '주한미군 역할 변화'에 대해 한국 당국자가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 관계자는 취재진의 후속 질의에 "미국이 왜 그러는지 이해한다는 것"이라고 했지만, 미국의 요구에 우리도 어느 정도 호응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으로 '주한미군 역할 조정'을 둘러싼 한미 간 협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중 열릴 것으로 보이는 한미정상회담에서도 거론될 수 있다.
대북 억제 임무에 묶인 주한미군을 남중국해나 동중국해 등 역내 분쟁에 투입할 경우 대북 대응 태세에 공백이 생겨 한국에 직접적인 안보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고, 한중관계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최대한 신중하게 협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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