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결석 지각을 하지 않았던 학생이 봄학기 시작 첫날 결석을 했다.
알림 장에 굵은 글씨로 밑줄까지 그어 봄학기 등록일임을 알렸고, 바로 전날 금요일 저녁, 전화로 내일이 개학일임과 학교에서 보자는 인사를 나누었는데 결석이라니, 의아했다. 2교시 후 간식 시간에 전화를 해 보았다. 아이가 직접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학교 수업이 끝나도록 귀에 맴도는 말.
「내꺼 아빠 일이가 없어 나가 스쿨 안가」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며칠 후 어머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요즈음 모두가 겪는 일이라며 한숨만 내쉬며 아이 셋을 한국 학교에 보내기가 벅차다는 말씀을 하셨다. 내 아이 하나 잃어야 함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어떻게 도와 드려야 할까? 고민이 되었다.
북가주에는 크고 작은 한국 학교가 50여 곳이 있고, 이중 반 이상은 교회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교회에 다니지 않는 학생들은 거의 한글 교육 기회를 얻지 못하고, 또 다니는 교회에서 한글교육을 하지 않아도 기회를 얻을 수 없어서, 일반 한국 학교를 다니게 되는데, 두 곳의 장단점은 있지만, 교회 학교를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상 교육내지는 저렴한 등록금이기 때문이란다. 그 어머니께서도 자녀 셋을 교회 운영 학교로 보내 볼까 생각을 하셨는데 등 하교가 가장 큰 문제고, 아무래도 다니던 학교에 정도 들어서 쉽게 옮기지를 못하고 한 학기 쉬다 경기가 풀리면 다시 등록하겠다 하신다. 그렇지만 마음이 무거웠다. 2005년 조사에서 미주 한인 학생 15%만 한글 수업 중이라는 귀동냥에 한 명이라도 기회를 더 주고 싶었다.
그런데 기회를 가진 부모님 혹자는 따끔한 지적을 하신다. 한글 교육 이래도 되는가, 특히 교사의 자질, 초등학생 위주의 학교 운영, 우후 죽순으로 생겨 분산된 학교, 중고등 학생이 되면 한국 학교를 회피하는 이유, 또 외국인을 한쪽 부모로 둔 자녀에 대한 교육 등등.
우리 교사들과 학교 관계자, 재외 동포 재단 등 정부 관계자들이 진지하게 한번쯤 풀어야 할 숙제이고, 교사 자신들도 자기투자에 게으르지 말고, 학생 수나 교사의 수가 적은 학교는 합병 운영하여 시너지 효과를 누리고, 학생들에게도 SAT II 한국어뿐만 아니라, 고교에서 한국 학교 수업이 제 2 외국어로 학점이 인정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준다면 굳이 한국 학교를 외면 하겠느냐며 중국 학교나 일본 학교를 예로 들으신다. 옳으신 말씀이다. 십분 공감 한다. 공감 하면서도 대책은 아직 멀다. 아쉽게.
「산 산 산 산에는 나무들이 자라고, 들 들 들 들에는 곡식들이 자란다...」 노래 말미에 꼭 이어서 하는 노래 말, 「세종 학교 학생들이 자란다」가 학생의 목소리로 귀에 들리고, 노바디에 맞춰 윙크를 하며 떨던 애교가 눈에 아른거린 한 주였는데, 한 학생의 이 메일을 받았다. 노래가 첨부된.
「난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 하여도, 내 가슴 깊숙이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중략)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내 마음을 대변하는 노래다. 내 가슴 깊숙이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기회가 없어서 등록비가 없어서 다니던 한국 학교를 그만 두는 우리 학생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게 하는 나의 꿈.
난 그 꿈을 믿는다.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 날에 함께할 우리 학생들이 있기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