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전 유난히 피곤하거나 신경을 쓴 날이면 잠꼬대를 합니다. 보통 짧지만 그 목소리가 제법 커서 내 목소리에 내가 놀라 깰 정도입니다. 어떤 날엔 격하게 흐느껴 울다 깬 적도 있고 꿈속에서 너무 심하게 웃다 실제로 오밤중 사레에 걸려 콜록대가 깬 적도 있습니다. 이런 저이기에 이번 시부모님의 방문 소식은 그동안 숨겨왔던 ‘흔하지는 않지만 한번 하면 꽤 격정적인 며느리의 잠꼬대’로 인해 긴장되기 충분했습니다. 왜냐하면 현재 살고 있는 집이 작은 방 두개 짜리에 그 두 방은 얇디 얇은 나무 벽으로 경계가 나뉘어져 있고 침대헤드가 서로 그 얇은 벽에 서로 맞닿아있다보니 정말 오밤중 조용히 귀 기울이면 조금 오버해서 숨소리까지 들릴 지경이었기 때문입니다.

먼 타국살이에 한국에 계신 부모님의 방문만큼 기쁘고 설레는 일이 또 있을까요. 오시는 날짜가 다가올수록 뭔가 열심히 제대로 사는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창고정리다 냉장고 정리다 바빠지고 식단도 짜보고 장도 봐오고 조급한 마음만큼 몸도 바빠졌지요. 그렇게 날짜가 다가오고 부모님과의 상봉이 이루어졌지요. 엄마아빠보다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먼저인 우리집 네살배기 아들녀석은 그동안 떨어져지냈던 한풀이라도 하듯이 한시도 두분 곁에서 떨어질 줄을 모르고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족은 Lake Tahoe로 2박3일의 여행을 떠났지요. 올 겨울 처음 보는 눈에 신이 나서 정말 즐겁게 놀았지만 한창 에너지가 넘치는 개구쟁이 아들녀석을 낯선 여행지에서 돌보는 일은 체력소모가 만만치 않은 일이었지요. 그렇게 즐거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식사도 어머님이 손수 싸오신 맛난 먹거리들로 차리고 오신김에 이곳저곳 구경도 다니셔야하니 집에 제대로 계실 시간도 없었는데 그렇게나 편한 시간들을 보냈건만 그래도 준비했던 기다림의 시간들과 장거리 여행 탓이었는지, 편하게 해주셔도 더 잘해야한다는 며느리의 사명감으로 인한 부담감 때문인지 육체적으로 피곤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물론 그에 따라 제 잠꼬대에 대한 불안감도 더해갔지요.

결국 그날밤. 그토록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습니다. 꿈에서 타호가 쫙- 반으로 갈라지더니 엄청나게 큰 괴물이 앞에서 놀고 있던 어린 아들을 덮친 것입니다. 아이를 품에 안고 미친듯이 달리다가 점점 괴물은 다가오고. 꿈이라도 너무나 절박했던 순간. 도움의 요청으로 부른 것이 “아버니이이이임~~~~!!” 순간 잠에서 깨어나고 묘하게 흐르는 정적. 꿈결엔 분명 약하지만 건너방의 살짝 코고는 소리도 숨소리도 들렸건만 불안하리만큼 느껴지는 이 적막감. 정말 잠꼬대라기보단 괴성에 가까웠다 해야할까요. 혹여 아버님 오해라도 하실까 간밤에 일을 여쭤보니 평소 배려 많으신 우리 아버님 모른체 해주십니다. 남편에게 오늘밤 또 잠꼬대하면 어쩌지 걱정을 하니 걱정하면 오히려 더 한다고 신경쓰지말라는데 말이 씨가 된다더니 세상에나! 그 다음날에는 차라리 아버님을 한번 더 부르는게 나았을것을. 되지도 않는 영어로 버벅대며 또다시 잠꼬대를 하고야 말았습니다. 간간히 물건이나 살 정도의 겨우 목숨연명할 수준의 영어수준인 제가 뭐라 했는지는 기억조차 나질 않네요. 옛날에는 온식구가 한방에 살면서 자식까지 어찌 낳아 키웠을까요. 가시는 날 눈시울을 붉히는 남편을 보니 마음이 참으로 짠했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두분 생각하며 더 열심히 살게요. 건강하세요. 그리고 며느리의 잠꼬대는… 꼭 잊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