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회단상-박용진 목사(어스틴 제일 장로교회)
막내아이가 올 가을부터 초등학교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입학서류를 학교에 내라해서 서류를 갖춰서 가져갔습니다. 학교양호선생이 아이에게 주사를 두 대 더 맞혀 오라더군요. 올해부터 수두와 간염주사를 한번씩 더 맞추도록 학교규정이 바뀌었다는 군요. 해서… 막내딸을 데리고 병원에 갔습니다.
집에서 병원으로 출발할 때 아이가 물었습니다. “아빠 오늘도 수술해?” 필자가 말했습니다. “아니.. 오늘은 네가 엉덩이에 무얼 맞아야 해…” 엉덩이란 말이 쑥스러웠는지 아이가 씨-익 웃더군요. 아빠가 수술 받을 때 엄마 따라 병원에 온 일이 있어서 아이가 그렇게 물었던 게지요. 주사를 기다리는 동안 아이는 옆 집에 놀러 온 양 병원 대기실에서 혼자 자유롭게 놀았습니다. 이미 진료가 끝나가는 오후 늦으막인지라 외래환자들도 거의 돌아가고 대기실에는 필자와 딸아이만 남았습니다.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시간을 보내는데 정작 아빠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제 곧 아픈 주사를 맞을텐데 어쩌나…” 저렇게 밝게 웃으며 놀던 녀석이 주사를, 그것도 두 방씩이나 맞으면 아파서 쩔쩔맬 걸 생각하니 아빠가 주사 맞는 것처럼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입니다.
간호사가 아이의 이름을 부릅니다. 주사실에 들어가니 아니나다를까 서슬 퍼런 주사바늘이 두 개 놓여있는 것입니다. 간호사 아줌마가 아이더러 선택하라고 합니다. “침대에 올라가서 맞을래, 아빠 무릎에 앉아서 맞을래…” 아이가 겁먹은 음성으로 말합니다. “아빠 무릎이요…” 그리고 의자에 앉은 필자의 무릎에 냉큼 올라 앉습니다. 주사바늘은 인정사정 안 가리고 연이어 아이의 허벅지 살을 뚫고 두 번 찔러 들었습니다. 그리고 연이어 아이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응아…” 울음을 터트립니다. 그런데 “아이구…”하고 신음소리가 나는 건 뜻 밖에 필자였습니다. 아이는 살이 아프고 필자는 마음이 그렇게 아플 수가 없습니다. 자식이 주사를 맞는데 아빠는 마음에 주사바늘이 찔러 드는 기분입니다. “아이구.. 어린 것이 얼마나 아플까…” 그래서 주사 맞는 동안 필자는 아이를 꼭 안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주사가 끝나고 아이가 아파서 쩔쩔맬때 두 팔로 번쩍 들어올려 양팔로 꼬옥 껴안아 주었습니다. “그래…잘 참았어, 이제 다 끝났다. 집에 가자” 하고 말입니다.
그날 집에 오는 차 안에서 아이는 열이 조금 오르는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하지만 필자는 그 무서운 주사를 두 대씩이나 맞고 견딤으로서 학교 들어갈 준비를 모두 마친 막내 딸이 그렇게 대견스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올 가을에 씩씩하게 초등학교에서 첫 공부를 시작할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니 흐믓하기만 합니다. 그때 주께서 필자의 마음에 이렇게 물으셨습니다. “네 자식이 아프니까 네 마음이 아프더냐…” 필자가 대답했습니다. “ 예… 주님, 제가 주사맞는 것처럼 아프던데요…” 그 분이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 네가 고통당할 때 나도 그렇게 아프더라…”
그 날 집에 오는 길에서 필자는 눈물을 펑펑 쏟으며 왔습니다. 주님의 위로가 얼마나 달고 따뜻하던지요. 주님이 말씀하셨습니다.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라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요14:27) 주님의 평안이 모든 이에게 함께 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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