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를 바꿔?
사업가인 존슨씨가 언젠가 집에서 전화를 받고 대경실색했다. 웬 여자가 다짜고짜 “마누라를 갈아치우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한인아내를 끔찍이 사랑하는 존슨씨가 놀라서 “무슨 소리냐”고 물었지만 상대방은 ‘아내를 교체하라’는 명령만 반복하더란다.
존슨부인의 교회 친구인 그 여인이 한 말은 “Change your wife였다. 물론 “부인 좀 대달라”는 뜻이다. 그러나 그 건 ‘콩글리시’여서 “부인을 갈아치우라”는 뜻이 돼버린다. 필자도 30여년전 비슷한 꼴을 목격했다. 기자실에서 미대사관에 전화를 건 한 동료기자가 미국인이 전화를 받자 다급하게 ‘Change Korean!, Change Korean!을 연발했었다.
필자의 이모님이 10여년전 LA를 방문했을 때 헐리웃 거리를 구경시켜드렸다. 기념품가게에 들른 이모님이 T셔츠 4장을 산 뒤 한 개를 더 들고 점원에게 “서비스!”라고 말했다. “네 개나 샀으니 한 개는 공짜로 달라”는 한국식 흥정인데 미국인 점원이 알아 들을리 없었다. 이모님은 “한국에서도 통하는 영어가 미국에서 안 통하다니…”라며 낙담했다.
영어 때문에 골탕 먹지 않은 한인은 없을 것이다. 전문직을 가질만한 고학력자들도 영어를 못해 잡일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영어단어나 문법만으로는 도움이 안 된다. 미국식 문화와 사고방식이 몸에 배야한다. 예를 들면, 한국인은 “너에게 가겠다”고 말하지만 미국인들은 “너에게 오겠다(I will COME to you)”라고 말한다. 듣는 사람 위주이다.
미국에서 자라는 한인아이들은 그냥 놔둬도 저절로 영어를 배운다. 그래서 본국인들이 기를 쓰고 자녀를 미국에 조기유학 보낸다. 작년에 한국부모들이 자녀들의 영어 사교육비로 쓴 돈은 물경 6조8,513억 원이었다. 그중 절반이 초등학생 자녀들의 영어과외비로 쓰였다. 전년보다 살림이 더 어려워졌지만 영어과외비는 오히려 11.8%나 더 지출됐다.
한인부모들은 그런 돈을 쓸 필요가 없다. 그런 점에서 자녀들의 효도를 이미 받고 있으므로 본국의 친지들에게 뻐길 만하다. 그러나 요즘 한인자녀들의 문제는 영어가 아니라 한국어이다. 영어를 잘하고 한국어를 못하면 한국어를 잘하고 영어를 못하는 한국 아이들보다 날 것이 별로 없다. 지금은 다중언어 구사자들이 각광 받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주위의 한인아이들이 떠듬거리는 한국말을 들어보면 어줍지 않다. “오늘 매리너스가 양키스와 놀았는데 이겼다”는 식이다. ‘Play’에 논다는 뜻 외에 경기를 벌인다는 뜻이 있음을 모르는 탓이다. 엄마에게 ‘부모님’이라고 말하기 일쑤다. 영어의 ‘페어런트’는 엄마와 아빠에 공통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존댓말은 더욱 가관이다. “아빠, 진지 먹으세요”라고 말하고는 대견해 한다. ‘잡수세요’는 까먹었지만 더 어려운 ‘진지’라는 말을 썼기 때문이다.
다행이 요즘 대부분의 젊은 한인부모들은 모국어를 소홀히 한 자신들의 전철을 자녀가 밟지 않게 하려는 듯 열심히 한국어를 가르친다. 필자가 다니는 교회도 최근 한국어 교실을 개설했는데 예상외로 많은 아이들이 몰려와 개강 첫날에 등록을 마감했다. 요즘엔 70년대처럼 자녀들에게 집에서 영어만 말하도록 강요하는 부모는 최소한 없는 것 같다.
말은 생활의 기본요건이다. 한인들이 “Change your wife”라는 뚱딴지같은 콩글리시를 “May I talk to Mrs. Johnson?”이라는 제대로 된 잉글리시로 고치는 것이 중요하듯, 자녀들에게도 “오늘은 할러데이여서 학교가 클로즈한다”는 식의 ‘잉글리언’을 “오늘은 공휴일이어서 학교가 문을 닫는다”라는 제대로 된 코리언으로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윤여춘(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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