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우존스 지수가 7,000선을 맴도는 것을 보면서 몇 년전 예금증서(CD) 구좌를 열기 위해 은행에 찾아갔던 기억이 난다. 한 은행 직원이 주식투자를 하지 않으면 어리석다는 견해를 강하게 내비치면서 적극 권장했다. 원래 소심한 성격이라 거절했지만 주식투자에 왠지 찜찜한 느낌이 있어서 이기도 했다.
왜냐면 그 무렵 대만에서 큰 지진이 났는데 인명 피해가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이 지진 보도 후 곧 따른 소식으로 하이테크 주식들이 급등했다는 것이었다. 대만 회사들이 피해를 입었으니 미국의 하이테크 회사들이 이익을 볼 것이라는 재빠른 계산에서였다. 재앙의 소식을 접하자마자 즉시 이익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떠올린다는 것에 뭔가 꺼림칙한 느낌을 받았다. 돈이 있는 곳에 마음이 가는 법이니 세상만사를 주식시장의 관점에서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주식시장은 회사들이 자본을 마련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로 자본주의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윈스턴 처칠이 민주주의를 “지금까지 시도된 모든 정치 체제들을 제외하면 최악의 정치제도”라고 말한 것처럼 자본주의는 부익부의 빈부격차, 사회적 다윈주의, 물질주의 등 적지 않은 사회적 부조리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번영의 시대를 가져왔다. 그런데도 왠지 거부감이 생기는 것은 일반 세계와 상반되는 가치관이 작용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각 개인이 사회의 이익을 추구하기보다 오직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때 사회 전체가 초대한의 이익을 보게 된다고 믿었다. 따라서 시장 세계에서는 개인적인 욕심과 자기이익의 추구가 최고의 미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불경기에서는 절약이 악덕이고 소비가 애국행위가 된다. 그런 관점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9.11테러 당시 미국민들에 희생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쇼핑을 당부한 것이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악이라 여겨질 것이 경제적으로는 미덕이 되는 원리를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으로 표현했다.
그런 마찰 때문에 자유 시장 자본주의는 엄청난 경제 성장과 부를 가져오고도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사상을 불러일으키고 많은 사람들의 거부감을 일으켜왔다. 특히 일종의 도박장이라 할 수 있는 주식시장은 아마도 시장경제의 허실을 가장 여실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주식이 사회 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경제적 영역을 넘어서 주식 동향이 정치적 결정을 좌우하는 상황이다. 엔론과 같은 극단적인 경우에는 주식이 회사의 존재이유가 되어버렸다. 지난 2001년 이후 미국에서 축적된 모든 부가 증발해버렸다지만 과연 그런 부가 있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지난 10년간 금융세계에서 벌어진 돈놀이가 불법이 아닐지언정 매도프의 사기와 다를 것이 없다. 회사가 망하는데도 뻔뻔스럽게 수백만 달러 보너스를 챙기는 금융 ‘지도자’들과 약탈성 융자를 대출한 현대판 샤일록들을 보면 기본 윤리의 몰락으로 초래된 이번 경제위기는 시장경제에서도 욕심이 지나칠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게 아닌가 싶다.
우정아/ 외신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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