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3일부터 15일까지 동경에서 열린 윤동주(64) 추모행사에 다녀왔다. 해마다 윤동주의 기일 2월16일 경에는 일본 각 처에서 윤동주 추모제를 열었는데 이번에는 동경 2.8독립선언과 3.1운동 90주년과 한일 합방 100년을 1년 앞둔 해에 135년의 역사의 국립 동경학예대학에서 개최된 행사여서 더 뜻 깊었다.
‘평화의 별이 흐르는 윤동주의 하늘’ 이라는 주제로 일본 교수와 학생들은 일어로 숙연하게 윤동주의 작품을 읽었고, 한국어는 서울 윤동주 문학선양회에서 오신 유안진, 임헌영, 유성호 교수들과 박영우 윤동주문학 선양회 대표, 이성사 후원회장, 그리고 내가 ‘서시’를 낭송했다.
행사장 내 벽에는 서예가들의 윤동주 작품과 오사카에서 온 재일교포 수예가 황하춘 씨의 독도가 들어있는 대한민국 지도와 윤동주 작품으로 만든 조각 자수가 걸려 있어서 행사 4시간동안 은 그 장소가 한국 영토 같았다.
2월 15일에는 윤동주가 6개월 간 몸담았다는 동경 입교대학에서 추모행사가 있었다. 우리 일행들이 학교 정문 앞 작은 찻집에서 핫 코코아로 몸을 녹이며 상념에 잠겨있는데 맞은편에서 차를 마시던 노파들이 윤동주는 자랑스런 입교대학 동창이라며 우리를 반겼다.
행사전 윤동주가 동양철학 강의를 들었다던 1104호실에 갔을 때 책상은 차디차서도 후배들의 그에 대한 사랑은 뜨거웠다.
입교대학 교회(성공회) 유시경 신부 인도로 말씀과 찬양과 윤동주의 시 ‘십자가’낭송과 노래로 엄숙히 예배를 드리고 제2부 아마누라 마키코 일본 여류시인의 사회로 시 낭송을 했던 그 시간은 사회자로부터 참석한 모든 일본인들의 참회의 시간 같았다. 우리 일행들은 지난 날 일본으로부터 설움 받던 우리말로 시 낭송을 하며 울먹였다. 그 시간이야말로 300여명의 참석자들이 국경도 없이 윤동주의 시에 녹아지고 말았다.
시 낭송 후에 윤동주가 잡혀가기 일주일 전 학교 잔디밭에서 학우들 앞에서 불렀다는 아리랑을 다 같이 부르며 또 한 번 흐느꼈다. 이어서 오오하시 히데이츠 입교대학 총장이 발표한 입교대학 명예박사 마하마도 유나스(노벨상 수상자)와 윤동주의 이름으로 장학 재단을 만들겠다는 발표는 윤동주는 죽어도 살아있음을 확인해 주었고 우리들의 젖었던 눈시울을 잠시 닦아주는 듯 했다.
3부 야나기하라 야스코 (입교대학 윤동주기념회 회장)시인의 사회로 십 수 년 전에 만주 벌판에 묻혀 있었던 윤동주의 묘를 비롯, 잊혀졌던 윤동주의 모든 것을 추적 증명 발표해서 윤동주를 되살린 오오무라 마스오(와세다 대학 명예교수)교수의 강연을 들을 때는 장내의 숨소리마저 멈춘 듯 했다.
오오무라 교수는 윤동주 문학선양회에서 결정한 특별공로상을, 윤동주를 죽인 일본인이 어떻게 그 상을 받느냐며 수상을 극구 사양했다. 한국에 큰 사고만 나면 행여 일본사람 짓인가 걱정이 되고, 숭례문 방화사건 때도 범인이 잡힐 때까지 마음 조였다는 사람, 신사참배를 반대하는 사람, 그리고 자국 정부에 정신대 사과를 끊임없이 촉구하는 사람 등 많은 일본의 양심들을 만났다.
가장 감동한 것은 두 대학 행사 각각 4시간의 긴 시간동안 도중에 나가는 사람이나 잡담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사회와 나라의 질서를 유지 해 나가는 일본인의 민족성을 보며 걸핏하면 난장판을 만드는 대한민국 국회가 떠올라 잠시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무리 일본인이 영악하다고 해도 이런 일본인들을 미워 할 수 없었다. 3월이면 미운 일본과 미워 할 수 없는 일본사람의 양면을 엎었다 뒤집었다 하게 된다.
이성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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