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하면서 나의 학교생활은 다시 시작된 느낌이었다.
내또래의 친구들과 재잘재잘 같은 교실안에 배우는 학창시절은 아니지만 아직 사회생활이 어설픈 아이와 그아이에게 새로운 학습정보를 제시하는 교사사이의 중개자 역할로서 아이를 응원하고 선생님을 지원하는 새로운 관계 형성의 시작이었다. 한 아이의 지덕체의 균형진 발달을 위해 비슷한 성격의 또래친구들, 비슷한 교육관을 지닌 부모들과 선생님들을 만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1990년초에 KBS-2TV 채널를 통해 멕시코의 평범한 학교를 배경으로, 가정환경과 국적이 다르고 각자 개성만발의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개성을 일일이 존중해주고 모든 문제들을 공평히 해결해나가는 히메나 선생님의 이야기를 다룬 “천사들의 합창”이라는 수입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었다.
작가 아벨 산타크루즈의 섬세한 감각으로 어린이의 심리세계가 상당히 돋보이는 드라마임에도 빈부 격차와 인종차별 등 무거운 소재도 설득력 있게 다루고 있어서 다양한 연령층의 시청자들로부터 인기를 얻었을 뿐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게 하는 드라마였다. 더구나 현장에서 이상을 실천해보려는 의욕적인 교사들 사이에서 상당히 화제였었고 히메나 선생님같은 교사상은 드라마에서나 존재할 수 있는 이상으로 일축되기도 했었다.
미국에 와서 부모가 되고 학부형이 되면서 여기서는 어떨까 싶었다. 발레리 선생님을 만난건 큰아이가 3학년때 그리고 작은아이는 2학년과 5학년때였다.나름의 투철한 교육관을 가지고 소신있게 실천하는 훌륭한 교사를 만난다는 건 부모로서 가장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기까지 하다. 왜냐하면 어린시절에 받은 기억들은 어떤 경우에 평생에 두고두고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처음 컨퍼런스에 가서 발레리 선생님으로부터 듣게 된 그분의 교육관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 모든 인간은 지문이 다 다르듯이 개성있고 특별한 존재들입니다 한아이가 가지고 있는 개성을 최대한 발휘해서 자신의 몫을 잘 찾아가도록 도와주는게 부모와 교사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당신의 나라의 말과 글을 가르쳐서 정체성을 일깨워 주세요.” 벌써 몇해나 지났는데도 아이들은 발레리 선생님을 특별하게 기억하고 있는걸 보면 그분의 소신있는 교육관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투영되어 새겨져 있는 것 같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아이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첫째로 각자가 유니크한 존재라고 늘 강조하셨고 늘 서로서로를 존중하도록 하셨을 뿐 아니라 자신들도 늘 존중해 주셨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크고작은 어떤 문제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최선을 다해 해결점을 찾고 이해시켜서 회복시켜주셨고 다시는 문제가 반복되지 않게 하셨다는 것이다. 그랬었을 것이다. 스물대여섯명의 국적이 다르고 환경이 다른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반아이들 각나라의 간단한 인삿말정도는물론이고 문화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선생님이셨다.
한국문화에 대해서도 물론 관심있게 자주 물어 오셨고 교정에서 마주칠 때마다 한국에서 스승을 대하듯 진심어린 90도절을 나누곤 했었는데 선생님은 그 의미를 잘 알고 계셨다. 이렇게 세심하게 배려하고 자상하게 대해주신 선생님을 딸아이는 지금도 기억하고 그선생님이 좋아하는 꽃을 보면 보내 드리고 싶어하고 선생님이 좋아하시던 칼라를 자신도 좋아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도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많이 끼칠 수 있는 어른이 되었으면 한단다.
나는 교육전문가는 아니지만 일개 부모로서 아무리 생각해도 교육의 중심은 ‘사람’ 즉 내 아이인것 같다. 교육문제가 사회문제와 친밀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면 더욱더 그렇다. 내 아이가 한인간으로서 살아가면서 자신의 몫을 잘 찾아 가장 행복한 길을 걸어 갈 수있도록 부모와 교사와 지역사회가 함께 지원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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