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이가 현재 4살. 한국 나이로 6살입니다. 첫째 낳기 전에는 당연히 아이가 둘은 있어야지 싶었은데 직접 출산과 육아를 경험해보니 생각이 달라지더군요. 유난스러운 입덧으로 임신기간 내내 고생하고 상상도 못했던 고통스러운 출산 후에 온전히 내가 책임져야 할 육아는 지금껏 이론적으로 접했던 것과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또 접었던 둘째에 대한 생각은 아이가 커가면서 주는 기쁨과 행복 속에 스물스물 다시 고개를 들곤합니다. 그런데 또다시 저희 부부를 주춤하게 만드는 것이 있네요. 그건 저의 바닥난 체력에 대한 걱정도, 둘째를 향한 첫째의 질투에 대한 우려도 아닌 바로 경제적인 문제입니다. 다른 것도 아닌 경제적 문제 때문에 머뭇거리게 되니 마음이 심히 불편하고 울적해집니다.
나중에 아이 공부시키느라 드는 돈은 둘째치고 아이 자라는 과정에서의 소소한 돈들 또한 부담되는 요즘이니 이런 고민은 비단 저희 집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닐거라 생각되네요. 경제적으로 한없이 풍족하여 아이에게 모든 지원을 아낌없이 해줄 수 있고 베이비씨터와 가사도우미 아주머니의 도움 또한 받을 수 있다면 둘째 셋째 넷째까지도 뭐가 두렵겠냐마는 당장에 기저귀와 분유값부터 걱정되는 요즘인지라 결정이 쉽지가 않습니다.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은 모든 아이들은 태어날 때 다 제 밥그릇은 가지고 태어나니 걱정말라고들 하시지만 요즘 세상에 등따시고 배부르다고만 살아지는 것도 아니고 이런 말은 너무나 무책임하게만 들립니다. 낳으려면 너무 긴 텀을 두지말고 낳는게 낫다라는 어른들 말씀이 틀리지 않은 것도 같네요. 차라리 고민할 틈도 없이 뭣 모르고 낳아 키웠더라면 이런 고민은 하지 않았겠죠. 틴에이져때부터 아이들을 너무나 좋아해서 대학과 대학원 또한 아동학을 전공했던 터라 내 아이를 낳고 보니 정말 어찌나 이쁜지 아이만 생각한다면 둘째에 대한 열망은 너무나 큽니다.
하지만 육아도 현실인지라 어떤 날은 이런 제 고민을 정리해보려 둘째에 대한 장단점을 A4용지에 주르륵 열거해보기도 했지요. 어떤 이들은 둘째는 첫째를 위해 낳는거라고도 하지만 첫째 입장에서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가져다 줄 경쟁자의 존재과 과연 달가울까 싶고, 형제자매가 있어야 덜 외로운 삶을 살지 않겠냐 하지만 요즘 놀이터만 나가도 대부분 외동 아이들은지라 함께 의지하며 놀고 가까워지니 또 크게 문제가 될까 싶고. 차라리 아이 한명만 낳아 그 아이에게 모든걸 지원하는게 더 낫지않나 싶다가도 또 혼자서 덩그러니 거실에 앉아 인형과 종종 대화를 나누고 있는 첫째를 볼 때면 가슴 한 켠이 싸~해지는게 나의 이기심으로 아이에게 제 혈육을 만들어줄 기회를 영영 놓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어느 날 갑자기 불의의 사고로 부모님을 한꺼번에 잃고 혼자서 덩그러니 빈소를 지키고 앉은 지인을 보자니 그 뒷모습에 제 가슴이 먹먹해져오고. 혼자 뻥 조금 보태서 하루에 스무번은 족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젠 세명이 아닌 자녀 두명이 부의 상징이 되어가는 현실인지라 미국 와서 흔하디 흔한 두자녀 가정을 보고는 제 마음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주변 한국 엄마들과 이야기 나눠보면 하나같이들 같은 이유로 고민들을 하고있으니 누가 속시원히 제게 둘째를 접거나 낳아야 할 이유를 확실히 대준다면 앞으로도 몇 년간은 지속될 듯 싶은 이 고민에서 벗어날수 있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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