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와서 가장 나를 흥분하게 만든 문화가 바로 세일과 쿠폰문화다(감히 나는 이것을 문화라 부르고 싶다).
처음 정착기에는 이것저것 필요한 물건들이 많아 생각날때마다 근처 마켓들과 기껏해야 아울렛을 이용하는게 다였는데 어느정도 적응을 하고보니 세일기간과 쿠폰없이 물건을 사드린 나는 그동안 돈을 바닥에 뿌리고 다녔던 것이다. 한국처럼 계절별로 크게 두번에서 네번 세일기간을 딱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고 이곳의 세일은 시도때도 없이 시작되며 몇주 전 산 물건이 조금만 기다리면 바로 세일을 해주니 제돈 주고 물건을 샀다가는 억울하기기 일쑤이다. 게다가 전단지며 인터넷을 통해 여기저기 쿠폰이 넘쳐나니 이 또한 쿠폰 없이 제돈 주고 샀다가는 금전적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요즘엔 세일기간 아닐 때 쿠폰 없이 물건을 사는 일이란 내게 있을 수 없는 일이 되고야 말았다.
주변에 주부들끼리는 같은 물건을 두고서 서로 나는 얼마에 샀네~ 우리는 얼마에 샀네~ 하며 조금 더 저렴하게 산 것을 자랑으로 삼아 더 비싸게 산 이의 기를 죽이고 가장 저렴하게 산 이는 살림 여왕으로 우뚝선다. 아직도 이곳에서의 정보부족과 소비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나로서는 매번 은근히 기가 죽고 어디에 빅세일이 있다더라, 할인폭이 큰 쿠폰이 손에 쥐어질 찰나이면 괜시리 조급증이 나기 시작한다. 빨리 이 세일기간 중에 뭔가를 사야 할 것 같고 이 쿠폰을 꼭 써줘야만 할 것 같고. 하지만 쇼핑을 끝내고는 남는 것은 후회뿐. 남들 줄서서 사는거라 나도 소비가보다 몇 배는 싸게 산거야 이게~ 하면서 남편 앞에서 묻지도 않은 말들을 중얼거려보지만 과연 이게 내게 지금 꼭 필요했던 물건인가. 마치 뭣에 홀린 것처럼 이거 안사면 큰일날 것처럼 사왔는데 정작 집으로 돌아와서는 창고에 모셔져 있기도 하니. 몇 푼 아껴보려다 오히려 불필요한 소비를 한 것이다.
무슨무슨 날에는 어디 아울렛에서 자정부터 줄을 서서 입장이 가능하다라는 소식은 나의 가슴을 또다시 방망이질 치게 만들었고 어린아들과 남편에게 발목잡혀 결국 집에 있었던 나는 자정이 다가올수록 불안초조해지기까지 했더랬다. 하지만 다녀온 지인들의 말을 듣자니 줄서느라 온가족 고생만하고 먼 길에 기름만 뿌리고는 그다지 좋은 물건을 좋은 가격에 사지 못했다는 것이다. 얼마간 아껴보자고 자정에 온 가족이 출동하여 고생한 값에 비할바는 아니었나보다. 또 덜컥 물건을 사들고 와서도 결국엔 고민하다 다시 먼 길을 돌아가 환불하고 오기도하니 역시나 충동구매의 유혹이 컸나보다.
짧은 기간이지만 내가 터득한 것은 내게 꼭 필요한 물건을 적절한 쿠폰과 세일을 이용해 구매하고 세일폭이 크다해서 덜컥 구매하거나 언젠가는 필요하겠지라는 마음으로 ‘미리 구매’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필요한 물건을 필요할 때에 구매하는 것이다. 아직도 빅세일과 쿠폰들은 나의 가슴을 쿵쿵 방망이질 치게 만든다. 왠지 돈버는 느낌. 다른 이보다 내가 더 싸게 샀을때의 그 짜릿함. 왠지 살림의 고수가 된듯한 즐거움. 지갑 속 빼곡히 채워진 나의 쿠폰들. 오늘은 모 백화점의 빅세일이다. 삼삼오오 몰려가는 동네 아줌마들을 뒤로하고 창문 열고 대청소하며 심호흡을 크게 해본다. 아무리 그래도 돈벌러 가는게 아니라 그건 돈쓰러가는거지. 안사는게 버는거다!! 라고 스스로를 위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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