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과 신체장애자
‘아픈 사람’이라는 단어 환자(患者)의 환(患)은 마음의 중심이 두 개 있는 한자어이다.
그 사람이 정말 나를 사랑하나 안 하나 믿겨지지 않고, 이럴까 저럴까 결정을 내릴 수 없어 마음이 흔들릴 때, 밤잠을 이루지 못 하는 나날이 계속되고 그 정도가 심해지면 병이 된다는 것을 일러주는 글자이다.
환자란 마음의 병으로 몸의 병까지 생긴 사람이다. 한편, 병신(病身)이라는 단어는 병이 있는 몸, 신체적인 병을 갖고 있는 사람에 국한된 것 같다. 요즈음은 병신이라는 말이 신체장애자를 비하하는 말이라 하여 신체장애자라는 단어로 대신한다.
그런데 요사이 병신이라는 단어가 꼭 맞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정부는 신체장애자를 위하여 건물 가까운 곳에 주차할 수 있도록 마련하고, 장애자 주차표지를 발급한다. 이 표지는 장애자가 이용할 때에만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그 표지를 가지고 있는 식구나 친구들은 장애자가 타고 있지 않을 때도 장애자 주차장소에 버젓이 주차하면서 그 표지를 걸어 놓는다.
다른 이들이 자기를 병신이라고 불렀다면 펄펄뛰면서 화를 낼 사람들이 주차할 때만은 병신이기를 원한다. 병신 노릇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이들을 고상하게 정신지체자라고 할 수 있고, 도덕불감증자라고 부를 수 있겠으나, 그저 병신이라는 말이 딱 맞는다고 생각된다.
반면에, 기꺼이 신체장애자가 되면서 세상을 사랑으로 바꾼 분들이 있다. 2000년 전에 십자가 위에서 창에 찔려 신체장애자가 되어 죽으면서까지 예수님은 사랑으로 세상을 구원하였다. 최근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은 끝까지, “사랑하고, 사랑하고, 용서하라”는 부탁을 하고, 안구를 기증하였다. 연세를 감안하면 그 분의 장기를 사용할 수 없었는데, 그 분의 눈만큼은 아주 좋았다고 한다. 그렇게 세상을 밝게 보신 그 분의 눈이었다 한다.
그래서 그 분의 안구의 각막을 받은 사람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눈을 뜨게 하였다. 몰로카이 섬 칼라우파파 나병환자 수용소에서 환자들의 고름 낀 붕대를 갈아주며 그들의 문들어져 가는 몸의 아픔을 사랑으로 승화한 데미안 신부 (오는 10월 11일에 “성자”로 추대 받는다) 또한 자처하여 신체장애자로 타계하였다.
주차장 ‘병신’들 보다는 스스로 신체장애자가 될 수 있는 용기와 사랑을 듬뿍 가진 이들이 더 많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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