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4월19일을 우리는 ‘피의 화요일’이라고 부른다. “부정선거 다시 하라”고 함성을 지르며 전국에서 학생 데모가 일어났고 경찰의 발포로 185명의 꽃다운 생명들이 피를 뿌리고 죽었기 때문이다. 물론 부상자들도 수없이 많았다.
그 날 필자도 대학 신입생으로서 데모 대열에 참가했다. 청량리에 있던 캠퍼스를 오전 9시30분쯤 떠나 서울 태평로에 있던 국회로 달려갔고, 다시 중앙청을 거쳐 경무대(지금의 청와대)로, 그리고 대법원까지 몰려가서 목이 쉬도록 자유민주주의 회복을 외쳤다. 경무대 앞에서는 경찰들이 총을 쏘아 함께 데모하던 학생들이 갑자기 퍽퍽 쓰러져 피를 흘리며 혹은 죽고 혹은 다치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계엄령이 내려졌고 탱크가 요소요소에 배치되었다. 그래서 학생 데모가 다소 진정되는 것 같았으나 4월25일 교수단 258명이 “학생의 피에 보답하라”는 구호를 들고 가두시위를 하자 학생은 물론 시민들이 전국적으로 가세하게 되었다.
드디어 자유당 정권은 그 다음 날 총재였던 이승만 대통령이 “국민이 원한다면 대통령직을 사임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함과 동시에 하야함으로써 ‘혁명’으로 매듭짓게 되었다. 한국역사에 자유민주주의 횃불을 높게높게 들어 올린 셈이다.
이 같은 4.19혁명은 이제 반백년을 코앞에 두고 점점 퇴색하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명백히 선언한 것처럼 쉽게 없어져서는 안 될 역사적 정신을 가진 사건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점들이 4.19혁명의 자랑스러운 모습들일까? 4.19혁명은 순수한 동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가장 값진 일이 아닐까. 5.16군사혁명이나 12.12 쿠데타나 심지어 러시아의 공산혁명조차도 그 순수성에 있어서는 4.19혁명을 따르지 못한다. 그것은 그 혁명주체세력들이 바로 정권을 한 손에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이 점에 대하여 역사학자 이기백은 “4월 혁명은 맨 주먹밖에 가지지 못한 민중이 강압적인 정권을 타도하는 데 성공한 한국사상 최초의 혁명이었다....그리고 이것은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밝은 전망을 던져 주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4.19혁명의 값은 평양정권과의 대비에서 매우 잘 드러난다. 이북에서는 아직도 과도정권이라는 노동당 정권이 60년 이상 집권을 해왔는데도 일용할 양식조차 인민들에게 배급해 주지 못 할 뿐만 아니라 인권이 전혀 보장되지 못하여 생명이 아무렇게나 취급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그것이 언제 끝나게 될는지 전망이 전혀 없다. 왜 그럴까?
한 마디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투쟁이 없기 때문이다. 이북에서도 일찍이 4.19혁명처럼 민중의 맨주먹 투쟁으로 김일성이나 김정일이 하야했었더라면 저토록 비참한 나라는 아니었으리라.
한국이 자유민주주의를 빨리 정착시킬 수 있었던 데는 또 한미관계가 큰 역할을 했다. 4.19혁명 당시에도 매가나기 주한미국대사의 역할이 컸던 것은 역사가 자세히 증언하고 있다.
게다가 학생들이 혁명의 주체가 된 것은 학교에서 미국식 자유민주주의를 철저히 배웠기 때문이었다. 링컨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문에 있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말은 그 때 중학생 이상이면 누구나 영어로도 외우는 금언이었다.
여러 우여곡절을 거치기는 했지만 민주주의를 한국 땅에 정착시킨 데는 미국의 역할을 매우 높게 평가해야 한다. 특히 민주주의는 인류가 고안해 낸 가장 훌륭한 제도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정근
목사 ·미주성결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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