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봄방학을 맞아 캐나다 벤쿠버에 다녀왔다. 그냥 5번 국도를 따라 왕복하는 데도 30시간 이상 걸리는 곳이었는데, 게다가 씨에틀 동쪽 야키마란 곳을 들르느라 국도를 이용해야 해서, 둘러 둘러 40시간 이상은 운전한 듯 했다. 이런 장거리 여행을 자동차로 하게 된 이유는, 최근 우연히 읽은 달라이 라마의 명상집에서 일년에 한 번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에 가보라는 말에 감명을 받아서였다. 캘리포니아엔 갈 곳이 정말 많고 샌프란시스코 근방에도 아름다운 곳으로 가득찼지만, 왠지 자꾸 가본 곳, 편안한 곳만 반복해서 방문하는 습관이 생겼었다. 언젠가 한 번은 차로 장거리 여행을 하면서 처음 가보는 길, 보지 못했던 풍경들을 봐야지 마음 먹었던 차에, 달라이 라마의 명상집을 읽고, 더 기다릴 것 없이 한 해에 한 번, 지금 애들 방학 때 가야겠다 결심하게 되었다.
여행을 계획하면서 사실 많은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 비슷한 거리에 그랜드 캐년이나 엘로우 스톤 쪽으로 가보려는 마음도 먹었다. 그러나, 굳이 야키마나 벤쿠버를 선택하게 된 건, 거기에 친구가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전에는 멀리 사는 친구는, 전화와 이메일로 서로 연락하고, 살면서 기회가 되든지 우연히 그 금방에 갈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한 번 보겠지 생각했었다. 늘 서로 ‘놀러와’란 말은 주고 받았지만, 막상 장거리를 친구만 보기 위해 여행을 하는 일은 부담이 되었었다. 그러던 차에 얼마전에 아이들과 추억의 만화, “미래소년 코난”을 다시 볼 기회가 생겼었다.
“미래소년 코난”은 우리 세대 한국에서 자랐으면 누구가 알법한 유명한 만화 시리즈 물이다. 코난 만화에 또 하나의 걸작 캐릭터는 코난의 친구 “포비”다. 무인도에서 할아버지와 홀로 살던 코난에게 할아버지는 죽기전에 섬을 떠라라고 코난에게 유언한다. 할아버지는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고 친구가 있어야 한다면서 섬을 떠나 친구를 찾으라고 당부한다. 실제로 섬을 떠난 코난은 포비를 만나게 되고 이후 둘은 언제 어디든 같이 다니며 모험을 한다. 수많은 역경을 이겨낸 다소 슈퍼 영웅같은 주인공 코난에 비해서 포비는 좀 평범하고 약간은 그 비중이 떨어지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이 둘은 친구다. 그 이유는 코난이 어디를 가든지 포비가 동행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어렵고 위험한, 그래서 하기 싫은 일도 코난이 한다면 포비는 같이 하고 같이 가준다. 이 둘을 보다가, 문득, ‘친구따라 강남간다’라는 옛말이 떠올랐다. 그렇구나. 친구란, 꼭 취미나 직업이 같거나, 배운거나 능력이 비슷할 필요는 없는 거구나. 친구가 어디를 갈 때 같이 가주고 함께 해주고 동행하면 그게 친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새삼 사람은 친구가 있어야 한다는 간단한 명제를 더 절실히 느끼고 있다. 항상 ‘사는게 힘들고 바쁘다’고 말하면서 친구만나기를 게을리했었던 것을 뒤 늦게 후회하고 있다. 친구가 가까이 있다면 더 자주 만나고 멀리 있어도 애써 만나기를 노력하려는 마음이 멀리 국경을 넘어 친구를 찾아가게 한 것 같다. 멀고 먼 길을 운전해 도착한 낯선 도시에서 만난 친구의 얼굴에 험한 여정의 피곤함이 싹 사라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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