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채영(실리콘밸리 한국학교 교사)
젊은 시절, 미국으로 유학와서 계속 사시게 되셨다는 할머니의 등록 문의 전화를 받았다. 유학와서 공부하랴, 생활에 적응하랴 바빠서 자식에게 한국어 교육을 못 시켰지만 손자라도 한국 학교를 다니면서 한국 사람들의 분위기도 익히고 한국인의 훈훈하고 인정스러운 마음 씀씀이와 예절,문화등을 알게 해주고 싶다고 하셨다.
요즈음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자식과 손주를 같이 데리고 와서 성인이된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등록하는 경우도 있고 엄마와 딸이 같이 배우기도 한다. 남편이나 아내가 한국인이어서 한국어를 배우러 오는 외국인도 있고 부모중 한 쪽만 한국인인 경우의 자녀들이 늘고 있다.
몇년 전만해도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이 친인척 가족간에 의사 소통을 위해 주로 배우러 왔지만 요즘엔 외국인이 한국과의 비즈니스 때문에 배우러 오는 경우도 있고 아시아 지역의 한류 영향으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늘어 한국어를 배우러 오는 일본인, 베트남인, 중국인도 있다.
어떤 대만 여성은 가수`비’가 좋아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데 집에 가보니 음악 CD보다 더 많이 한국 영화 DVD가 한 쪽 벽면 가득 있었다. 우리처럼 그냥 보고 지나치는 게 아니라 하나 하나 내용도 기억하고 사서 소장도 하고 있었다. 오히려 내가 미처 못 본 DVD를 3개 빌려 갖고 왔다. 몇몇이 대화를 나눠봐도 거의 50%이상 이해 하고 있었다. 한국인인데 한국말 잘 못하는 사람과 이 대만 여성이 함께 있다면 이 분을 한국인이라고 볼 것만 같았다.
어떤 필리핀 주부는 한국 드라마를 좋아해서 한국어를 배우러 왔다가 초등학생 아들까지 한국학교에 등록 시키고 같이 배우고 있다. 엄마랑 한국 역사 드라마를 많이 봐서인지 공부 시간에 한국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선생님이 하면 한국 아이들보다 더 많이 아는 척 하며 설명해서 우스웠다고 한다
2년 전 한국이 좋아 한국어를 배운다던 베트남 학생이 지금은 한국에 가서 영어 선생님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며 나는 젊은 시절, 라디오나 TV가 처음 들어오고 외국 영화나 팝송을 접하면서 막연히 미국 문화를 선호하고 무조건 따라잡기에 힘쓰던 그 시절 우리처럼 아시아인들이 드라마나 음악, 영화를 통해 우리의 이런 저런 모습들을 동경하고 알고 싶어 하는 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이렇게 외국인들은 한국어에 관심을 가져주는데 한국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스포츠나 스페인어, 불어등 다른 나라 말은 배우게 하면서 한국어를 배울 기회 조차 주지않는 경우도 있고 어릴 때 한국어를 배웠다해도 자라면서 대학 시험 준비등으로 바빠 한국어 배우는 것을 중단하거나 집에서 조차 사용하지 않아 점점 한국어는 잊혀지고 부모 자식간에도 영어로만 의사소통 하는 추세라 안타깝다.
목적은 다 달라도 한국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있다면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겨낼 것이고 열정과 발전을 이끌어 낼꺼라고 믿는다. 한국에서 조차 외래어가 범람하고 우리 전통 문화를 자랑스럽게 느끼지 못하는 것이 요즘 젊은이들의 추세지만 우리 아이들이 한국어를 배워서 한국인의 향기가 나는 사람들로 자라났으면 좋겠다, 우리의 국력과 문화 영향력이 커져서 맛갈스럽게 표현 할 수 있는 우수한 한국어가 세계 공통어가 되고 전통있는 우리 문화가 널리 알려지길 꿈꿔본다. 아니, 작게는 계속 지켜나가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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