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하루의 시작이다. 점점 밝아오는 아침해의 신선함과 설레임이 폐부 깊숙이 몰려오는 하루의 시작점이다. 몇주전 아이들과 뿌려놓은 상추씨앗,오이씨앗, 풋고추 씨앗, 아욱씨앗, 깻잎씨앗들이 수줍은 듯 그새싹들을 틔우고 세상을 향하여 고개를 내민 모양새가 생의 처음으로 ‘아침’을 맞이하는 그마음처럼 나의 묻혀진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아직 잠에서 덜 깬 가족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아직 여리디 여린 어린싹들에게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물뿌리개를 하고 있다.
처음으로 남편을 만나던 날의 하루는 온세상이 온통 하얀눈으로 뒤덮혀 어느 누구의 발자국조차도 나있지 않은 그야말로 순백의 겨울서정이었다. 새들과 바람조차도 잠이 들어 조용히 따사한 햇살만이 하얀 겨울의 대지를 살며시 덮고 있었다. 그곳에 투명한 유리관을 들여다 보듯 맑고 단정한 남편이 서있었다.
세상에 단한명밖에 보이지 않는 이마음으로 평생을 귀히 여기고 아끼면서
그이를 내삶의 진정한 파트너로 존경하고 함께 살아가야지 했던 그날의 기억을 끄집어 내는 이 아침이다.
처음으로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내린 2월의 어느 아침 9시 30분, 차분한 겨울비가 나의 마음을 감싸고 있었다. 처음으로 이국땅에 삶의 첫발을 내딛는 나에게 서두르지 말고 한걸음 한걸음씩 차분하게 적금붓듯이 시간을 쌓아가라는 신의 계시처럼 떨리기도 하고 설레이기도 했던 그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새로운 날의 이 아침이기도 하다.
나의 미주생활이 만 3년정도 되어가던 어머니날에 나는 처음으로 엄마가 되었다. 세상에 단하나밖에 없는 나의 소중한 분신, 이목구비 또렷하고 건강한 체격의 맑고 초롱한 아이의 눈을 처음 대하던 날의 감격과 기쁨과 환희를 어떻게 다 설명할 수있을까. 10개월동안 아이를 품고 있으면서 다짐하고 또 다짐했던 어미로서의 책임감도 막중했지만 막상 아이와 함께 다시 태어난 그 느낌, 모든일과를 다시 시작하는 그 느낌느낌들, 아이의 조그마한 변화하나에 삶의 의미가 있었고 살아가는 이유가 그속에 있었다. 그날의 신선한 다짐들이 새로운 마음으로 다가오는 이아침이기도 하다.
벌써 틴에이저가 되어 머리커지고 가슴이 커져버린 두아이를 대할 때마다 큰 아이가 킨더가튼에 입학하게 되어 처음으로 학부형이 되었던 그아침을 기억해내곤 한다. 학교가기 몇일전부터 학기중에 사용할 학용품들을 가방에 쌋다가 다시 풀었다가 하며 설레여 하던 아이만큼이나 밤잠설치며 아이의 처음 학교생활을 염려했던 초보엄마의 모습으로 가득했던 그 첫날의 기억들이다.
내품에서 서서히 벗어나가는 아이에게서 느껴지는 알 수없는 서글픔과 세상을 향해 한발 한발 내딛는 아이에게 걸어보는 커다란 기대감(?), 그리고 막무가내로 엄마의 주관대로 고삐끌어 몰아치는 엄마이기 보다는 넘어졌을때 일으켜 세워주고 자그마한 성공에도 박수쳐주고 기를 세워 줄줄 아는 고상하고 세련된(?) 엄마의 모습을 스스로 다짐하곤 했던 그날의 기억도 살며시 떠오르는 이 아침이기도 하다.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겨울 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신용복)
한평남짓한 우리집 뒷뜰 한켠에 자리한 처음으로 땅을 밟는 어린 새싹들에게 물을 뿌려주고 물속에 잠기지않게 주위의 흙을 털어 내어 주었다. 어린전잎이 답답하지 않게 자갈들과 잔나무가지들을 치워주고 흙도 북돋아 주었다.
오늘 저녁에도 내일아침에도 우리집 새싹들은 생을 처음으로 맞이하는 것처럼 나의 삶을 자극하겠지.
우리 아이들도 오늘 하루, 그’처음’을 맞이하는 것처럼 나의 삶을 자극하겠지.
집안으로 들어와 조수미의 아침의 노래 ‘마티나타’를 들으며 가족들의 아침을 기분좋게 준비하고 있다. 생의 첫 날인것처럼 가슴 설레이게 하는 그 시작의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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