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학교 시절, 처음으로 학교 전체 어머니 날(그 당시는) 학예회에 출연하게 되었다. 모든 어머니는 꼭 참석해야 한다, 특히 연극에 출연하는 학생들의 어머니는 모두 참석하시겠다는 도장을 받아 학교에 제출 했다.
도 교육감님께서도 참석하신다고 교장 선생님께서 직접 방과 후까지 연습을 시키셨다. 드디어 공연 날이 왔다. 몇 번이고 준비물을 확인하고 들 뜬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는데, 한 밤 중에 집안에 소동이 났다.
어린 나이라 무슨 일인지 몰라 울기만 했는데, 할머니의 발 빠르게 움직이는 소리,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헛기침 소리가 새벽까지 들리고 나중에 아기 울음 소리가 들렸다. 엄마가 아기를 낳으신 거다. 순간 엄마를 모시고 오지 않아 학교 가서 혼 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어 왜 하필이면 엄마는 아기를 오늘 낳았을까 하는 골 부리를 하며 퉁퉁 부은 얼굴로 학교를 갔던 기억이 떠 오른 하루다.
오는 5월 9일, 북 가주 학생 한글 백일장 대회 및 그림 그리기가 이번에는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Golden Gate Park에서 열린다. 참가 신청을 받기 위해 알림 장을 발송한 후 확인 하는 날, 한 녀석이 뚱한 얼굴로 「안 가요」대답하며 책상에 엎드린다. 모두 확인 되고 수업이 시작 되는데 이 녀석은 아직도 엎드려 있다.
무슨 일이냐고 몇 번을 물어도 대답을 않더니 울음을 터뜨렸다.
순간의 당황함, 등을 토닥거려 주며 다시 물어보니, Golden Gate Park에 가고 싶은데 엄마가 못 가게 하셨단다. 너무 멀고, 가도 상도 못 탈 거고, 돈도 내야 하고... 이 녀석은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와 약속을 했단다. 거기서 만나자고.
상 타는 것 보다 친구와의 약속이 더 중요한 우리 아이.
우리 학교는 매 년 개최되는 한글 백일장 대회 및 그림 그리기 대회에 참석을 하였는데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 하여 올해부터는 참석자만 개별 참석하고 나머지는 학교 수업을 하기로 결정 하였다. 처음에는 어차피 저조한 출석률로 동의를 하였는데, 막상 부모님들의 말씀을 들어 보니 공감이 갔다.
일년에 한 번 모든 학교가 모여, 작은 학교들이 하지 못하는 것을 보여 주고, 다른 학생들이 글 쓰고,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여 주며 동기를 부여 하는 것도 좋고, 함께 공원에서 운동하는 것도 좋고, 참석 학교에 단체 상이라도 하나 주면 학생들뿐 만 아니라 함께 참석한 학부모들도 기분 좋고…… 일일이 맞출 수는 없지만 작은 학교 학부모님의 소망이다.
어쩔 수 없이 친구와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아이, 상을 타던 못 타던 대회라는 곳에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던 아이, 교실 밖에서 한 번쯤은 선생님과 김밥을 먹고 싶다는 아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를 큰 소리로 외치며 뛰고 싶다는 아이, 쏘리 쏘리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자는 아이들을 위해 그 날(5월 9일) 파킹 장에서라도 야외 수업을 해 보아야겠다.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어린이 날 노래를 부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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