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버클리 대학에서 59년 전 한국전 당시 부지기수의 민간인이 학살되었다는 발표회가 있었다. 한국의 ‘진실화해위’의 상임위원인 김동춘 성공대 교수의 발표였다. ‘한국전을 밝힌다’(Uncovering: The Hidden History of the Korean War)라는 제목으로 학생들을 상대로 한 모임이었다.
내용은 노근리 이외에도 여러 곳에서 미군이 무차별하게 양민들을 학살했다는 것이다. 당시에 입수된 사진도 여러 장 소개했다고 한다. 그의 발표는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오클랜드 트리뷴지는 2년 전인 2007년 4월23일자 사설로 같은 문제를 다루었는데 사진만 없을 뿐 김 교수의 이야기보다 내용이 오히려 더 많았다.
그 사설에 의하면 포항만에서 미 구축함 ‘디 헤이븐’이 여러 시간동안 피난민에게 포격을 가하여 사상자가 많이 났다고 한다. 민간인 희생자에 관한 이야기의 시작은 당시 존 무초 주한 미국 대사가 쓴 편지에 의한 것이었다.
거의 같은 시기에 한국의 여러 진보단체에서 이를 반미감정에 부채질을 하는 도구로 사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무초 대사의 편지는 미군과 한국군 고위층이 민간인 복장으로 위장하고 피난민 대열에 섞여 침투하려는 적군에 대한 발포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인민군이 민간인으로 위장했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고 무고한 양민만 대량 학살되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흑백논리로 따진다면 2년 전 사설이나 한국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그들이 왜 민간인 복장 위장사례를 찾지 못했는지 모르지만 적군이 노도처럼 밀어닥치던 1950년 6월 말부터 한달 동안 한국군은 전선을 수습할 수 없는 상태였고 일본에서 급파된 ‘스미스 부대’를 위시한 미군은 엄청난 피해를 입어가며 전선을 유지하기에 급급하던 때였다.
당시에 한국에 파병된 미군들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보여준 막강한 군대가 아니었다. 세계대전 후 평화적 시기를 지나며 훈련이 부족했다. 한국 지형에 대한 자료도 충분치 않은 상태로 전장에 투입되었다.
당시 열살이었던 내가 목격한 것을 나누고자 하는데 이는 나 혼자 만의 경험담은 아닐 것이다. 북한의 남침 당시 공무원이었던 아버지와 장남인 나는 어머니의 권유로 남쪽으로 피난 가다가 서울 근교 광나루 다리 밑에서 같은 처지의 피난민들과 전쟁을 피하고 있었다. 어느 날 나룻배가 승객을 실고 강을 건너 우리 쪽으로 오고 있는데 비행기가 따라오며 배에 대고 기총소사를 한다. 배에 탄 사람들이 모두 피난민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는데 혼비백산하여 내리는 사람들을 자세히 보니 여자 치마를 둘러쓴 인민군이 승객의 절반가량 되었다. 머리에 쓴 치마를 벗어 버리고 따발총을 갖고 뛰기 시작한다. 당시 내가 여러 번 목격한, 민간복으로 변장한 적군의 모습이었다.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 했고 우리 피난민들에게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당시에 들리는 이야기로는 피난한 빈집에서 인민군이 여자 치마만 가져갔다고 한다. 미군기 폭격에 간편한 위장용이기도 했다. 나는 미국 사람들과 군인들이 고의적으로 잔인하게 양민을 학살하지는 않은 것으로 믿는다. 이제 이런 일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그만 했으면 좋겠다. 이런 일은 당시 전쟁을 겪은 사람들을 더 아프게 한다.
물론 당시에 억울하게 피해 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마치 인민군과 내무서원들에게 엄청나게 피해를 본 남한 사람이 많은 것처럼. 역사는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처럼 가까운 곳에서 목격한 이야기도 다루어야 한다.
이종혁
경영학 박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