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일보에 칼럼을 쓰고부터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 있는 많은 수의 식당에서 밥을 먹어보았다. 그리고 내가 직업상 많은 식당을 다니는 것을 아는 주위의 지인들에게 괜찮은 식당을 추천해 달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때마다 내가 추천하는 식당 중에는 올림픽청국장이라는 가게가 있다. 그 가게는 한인타운 중심에서 조금 벗어난 지역에 있고 그렇게 큰 가게는 아니다. 하지만 내가 그 가게를 자주 찾는 이유는 작은 것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는 사장님의 정성이 좋기 때문이다. 가게 상호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 가게의 주 메뉴는 청국장이다. 그 청국장의 맛은 내가 처음 그 가게를 갔을 때나 얼마 전에 들러서 먹었을 때나 변함이 없이 구수하고 담백하다. 그리고 깔끔하게 나오는 밑반찬도 늘 나를 만족시킨다.

그런데 내가 그 가게에 단골이 된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은 손님이 올 때마다 김을 구워서 반찬으로 주는 그 작은 정성 때문이었다. 많은 수의 손님들은 그냥 생각 없이 그 김을 먹는 것 같지만 식당을 운영하는 나에게 그렇게 귀찮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한다는 것은 참으로 감동이었다. 솔직하게 손님이 없을 때 김을 기름에 재서 주문을 받을 때마다 즉석에서 구워서 드리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손님이 몰리는 점심시간에 그것은 참으로 부담이 되는 서비스이다. 그리고 이것은 좋은 음식을 손님에게 대접해야겠다는 사장님의 의지가 없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그 가게는 음식을 그릇에 담는 것에서부터 가게의 정리정돈, 화장실의 청결 등 다른 가게에서 그냥 지나치는 것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쓴 흔적을 가게 곳곳에서 찾을 수가 있었다. 물론 사장님의 성격이 깔끔하거나 완벽주의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단 하루가 아니라 늘 변함없이 음식과 정리정돈, 그리고 서비스를 세심하게 관리하고 유지한다는 것은 보통의 노력과 열정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다.

정확한 숫자는 아니지만 로스앤젤레스 인근에 한인을 상대로 하는 식당은 천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리고 단지 고기구이 집만 해도 백여 개가 넘는 것 같다. 이렇게 많은 식당들이 서로 경쟁을 하다 보니 가격을 내리면서 서로 제살 깎아먹기를 하고 있다. 그러면 이런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는 핵심은 무엇일까? 물론 음식 맛이 좋아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그 이외에 작고 세밀한 것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예를 들어 고기 집에서 불판이 그을려지면 빨리 바꾸어 준다든지, 삼겹살 먹을 때 옷에 기름이 튀지 않게 앞치마를 손님들에게 제공한다든지, 또는 숯불구이 집에서 연기가 옷에 배어 냄새가 날 때 화장실에 냄새를 제거해 주는 향수를 준비해 놓는다든지 등등. 손님의 입장에서 좀 더 배려하는 마음으로 생각해 보면 참으로 작은 것들을 좋게 할 수가 있다.

얼마 전 ‘디테일이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라는 책을 읽었다. 그 책에서도 가격 차이가 두 배 이상 나는 명차와 보통 차의 차이는 마지막 디테일에 있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식당사업도 그 승부의 관건은 작은 것에 신경을 쓸 수 있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모든 것을 예사로 보지 말고 손님이 좋아할 만한 작은 것에 목숨을 걸어라. 그것에 승리의 열쇠가 달려 있다.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이것이 핵심

1. 음식 맛은 기본이고 작은 것을 신경 쓰는 정성이 손님을 감동시킨다.
2. 최고와 평범을 가르는 차이는 마지막 디테일에 있다.
3. 손님이 원하는 작은 것을 찾아서 지속적으로 해라. 그것이 승리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