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김영하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다. 그가 글을 너무 잘 쓰고 앞으로 작가로서 한국 문학계를 장악할 거라면서 LA의 대학에 강연 차 왔을 때 만나 봤다는 그의 열렬한 팬을 만나고 나서 그의 베스트셀러 장편들인 ‘빛의 제국’ ‘검은 꽃’ ‘퀴즈쇼’ 등을 재미있게 읽었다.
얼마 전 그의 신간 에세이집인 시칠리아에서 온 편지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를 읽었다. 마흔의 그는 성공하고 잘 나가는 남부러울 게 하나도 없어 보이던 한국 종합예술학교 교수이고 인기 라디오 프로 진행자였다. 그가 발표한 소설들은 인기리에 팔렸다.
2004년 한 해 동안 동아문화상, 이산문화상, 황순원문화상을 수상했으니 상복도 억세게 좋다. 인물도 준수하고 언변도 꽤 좋다는 평판을 듣는, 성공한 화려한 스타인 김영하 작가가 그 화려한 무대 뒤에서의 외로움과 피곤함을 설명하고 있다.
“내가 가진 것으로 평가 받길 원하고 타인 속에서 나는 늘 찾던 어리석은 시간이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아내와 상의를 하면서 학교에 사직서를 내고 방송도 그만두고 책만 쓰기로 노력하면서 그의 5번째 장편소설 ‘퀴즈쇼’를 완성한다. 그 후 애틀랜타, 달라스, 시애틀, 밴쿠버 등 북미 도시를 돌며 낭독회(LA는 언급이 없음)를 하면서 대학가의 게스트 하우스나 모텔에서 맞는 새벽은 황당했다고 표현하고 있다.
생소한 곳에서 영혼이 비로소 눈을 떴을 때 그 자신이 “유조선을 팔러 나온 조선업체의 세일즈맨 같았다고 말하는 그는 내 안의 예술가는 어디로 갔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는 밴쿠버에 있는 대학에 가서 1년을 보내기 전 시칠리아에서 오랫동안 정착민으로 살면서 집을 빼곡히 채웠던 책과 옷 등의 모든 소유물을 처리하고 주변을 정리했다고 한다.
김영하 같은 스타 작가가 아닌 우리 보통 사람들의 무대는 어느 미국인 스님의 강의에 우연히 들은 표현이 더 가까운 것 같다.
쳇바퀴 위에 올려진 다람쥐 같이 우리는 인생의 쳇바퀴에서 떨어질까 봐 계속해서 달리고 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지쳐서 힘이 빠져 추락하는 가여운 다람쥐 모습이 눈에 갑자기 영상으로 비쳐 소름이 끼친다.
그럴 수는 없다. 김영하 작가 같이 과감하게 쳇바퀴에 뛰어내려 다리가 조금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머리가 좀 깨지는 한이 있어도 자기의 인생과 앞날을 멋있게 다시 기획하고 시도하는 것이다.
며칠 전에 2년 전 로키관광에서 만난 후 계속 교제를 해온 로키 팀들과 저녁을 하면서 요새 불경기와 주위의 불행한 사건들, 불투명한 미국 경제 등 불안감들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다 내가 먼저 이번 달엔 딸 제시카가 USC를 졸업하는데 내 인생의 황금기 22년이란 긴 세월을 USC에서 일하면서 살다보니 내 청춘이 다 가버렸다고 하소연했다. 그러자 한 분이 열심히 앞만 보며 살다보니 자신도 2년 전에 그만둔 직장에서 23년간 근무를 했다면서 자기 역시 청춘을 한 직장에서 다 보냈다고 덩달아 맞장구를 쳐주었다.
요새 같은 우울한 불경기에 나쁜 소식을 많이 접할수록 부와 명성, 인간이 만들어낸 물건들을 탐내면서 전전긍긍 헤맸던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가 하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러면서 깨닫는다. 아, 나는 한 박자 또 늦게 살고 있구나. 나도 더 늦기 전에 인생의 정리 작업을 실천에 옮기는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내 가족과 친구들, 내가 아는 모든 주위 분들이 오늘 무사히 건강하다는 그 자체를 매일 감사하겠다고도 결심한다. 뒤늦게 철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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