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남북에서 목숨을 건 승부가 벌어지고 있다. 남쪽에서는 목숨을 던져 명예와 가족을 지키려 했고 북쪽에서는 핵실험과 미사일을 사용하여 체제와 왕조를 유지하려 했다. 이런 불행한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은 한국의 비극이며 결국 우리 민족 모두가 떠맡게 될 짐인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많은 것을 생각토록 만든 사건이었다. 유사 이래 최대라는 조문인파는 고인의 업적과 개인적 인기에도 있겠지만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데 대한 동정심이 크게 작용되지 않았나 싶다.
지금까지 어느 곳보다 험난한 정치판에서 살아오면서 갖가지 고난을 헤쳐 왔고 일국의 대통령까지 지낸 분이 꼭 그런 방법을 택해야만 했나 안타깝고 비통한 심정이다. 특히 고인은 법조인과 대통령으로서 법과 제도의 모순 그리고 권력의 힘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을 터인데 말이다.
그는 청렴을 앞세워 최고의 권좌에 올랐다가 다른 것도 아닌 금전문제로 검찰의 소환까지 받으니 극도의 자책감을 느꼈을 것이다. 어떤 혐의는 사실과 동떨어지거나 부풀려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고인은 심한 자괴감과 자존심 훼손, 특히 사랑하는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시키려고 결심한 것이 아닐까 싶다.
노 전 대통령은 비록 자살이라는 옳지 않은 방법을 택하였으나 그의 죽음만은 누구보다도 용기 있고 의로운 행동이었다. 지금까지 어느 대통령이나 고위 공직자들이 자신들의 과오를 죽음으로 속죄한 일이 있었던가?
이렇게 볼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국민들 간에 인기는 높지 않았지만 그의 죽음을 통해서 다른 업적과 함께 책임을 질줄 아는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다.
노 대통령의 죽음은 그가 남긴 유서와는 정반대로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정당이나 일부 정치인들이 ‘강압수사’라든가 ‘지켜드리지 못했다’든가 하며 고인의 자살의 책임을 엉뚱한 곳에 돌리려 했으며 언론매체도 포퓰리즘에 편승하여 부풀린 보도, 평소 소신과 다른 기사를 쏟아냈다.
대통령직은 국정을 책임 진 자리인 만큼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 공과 역시 한, 두 가지 없는 대통령 없을 것이다. 또한 성격적으로도 장단점을 다 갖고 있을 것이다.
이런 극히 보편, 상식적인 문제들을 극대화하여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감성적인 국민들을 부추기는 것은 바르지 못한 작태이다. 이는 고인의 죽음을 헛되게 만들고 화해와 용서를 바라며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분쟁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았던 고인의 유지에도 배치되는 행위이다.
지금의 남북한은 언제 어디에서 깨질지 모를 살얼음판 같은 누란의 위기에 놓여 있으며 점점 긴장의 도를 더 해가고 있다. 앞으로 무력 충돌 같은 돌발사태도 배제할 수 없으며 이런 적대관계가 쉽게 풀리지도 않을 전망이다.
이럴 때일수록 내부의 분열과 갈등을 중지하고 단합된 힘으로 국난을 타개하는데 힘을 보태는 것이 고인의 유지를 가장 잘 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
조만연
수필가·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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