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 항상 주인공이고자 하는 친구가 있었다. 자기가 아니면 아무 일도 안된다는 듯 무슨 일이든 자기가 나서서 해결하려고 했고, 또 무슨 일이 있을 때 그런 그녀가 보이지 않으면 이상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녀는 말 그대로 오지랖이 넓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그녀의 부서에 새 사람이 들어 오더니, 꼭 그녀가 아니어도 일이 잘 돌아 갔고, 사람들의 관심은 차츰 다른 이에게로 옮겨 갔다. 항상 자신이 주인공이라고 자부했던 그녀는 이런 상황이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사람들의 눈 앞에서 잠시 사라져 다시 그 관심을 돌리고자 했지만, 사람들은 그녀의 부재를 심각하게 받아 들이지 않았고, 그녀의 마음의 상처는 깊어만 갔다.
한 동안, 어떻게 자기가 없이도 아무렇지도 않게 세상이 잘 돌아가는지, 끓어오르는 분노를 겉잡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분노가 거의 바닥을 치고, 더 이상은 힘들어서 사람들을 미워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고 느껴졌을 즈음, 문득 술에 취하기만 하면 아내를 괴롭히던 같은 아파트의 김씨 아저씨가 생각났다. 그는 한국에서 잘나가던 중소기업 사장이었다. 하지만 사업에 실패하고 도망오듯 정착한 미국에서는 간간히 막노동을 하며, 술에 쩔어 살고 있었고, 가계는 그의 아내가 한국 식당에서 일하며 간신히 꾸려가고 있었다. 그는 술만 취하면 자신이 한국에 있을 때 사람들이 얼마나 자기에게 굽신거리며 잘보이려고 했었는지 아느냐며 괴로워했다. 그리고 ‘나는 왕년에 잘나가는 사람이었다. 나 우습게 보지 마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녀는 이런 김씨 아저씨를 통해 자신을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세상에는 영원한 주인공도, 또한 영원한 조연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듯, 항상 자신이 주인공이었다고 생각했던 그녀 역시 자신이 조연이 되었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고 ‘잘나가던’ 과거에 묶여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피해의식에 싸여 괴로워했던 것이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 중 60%가 넘는 사람들이 이렇게 과거에 얽매여 발전적인 삶을 살지 못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자신이 그중 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자 씁쓸했다.
그러다, 그녀는 이런 어정쩡한 처지를 벗어나 현실을 받아들이고 지금의 삶에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 될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영원히 조연으로 남아 있을 것인지는 자신의 의지에 달려있음을 깨달았다. 과거는 한 사람을 우뚝 설 수 있게 만드는 토대가 될 수도 있지만, 반면에 한 사람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이 순간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고 주체적인 삶을 산다면, 어려움이 닥쳤을 때, 자신의 삶이 궁극적으로 부조리하고 무의미하다고 부정하기 보다는 좀 더 생산성있는 삶을 살게 될 거라는 값진 교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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