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가 복잡하게 꼬여가고 있다. 자칫하다가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인하여 7,000만 코리안들이 한꺼번에 죽을 수도 있게 되었다. “차라리 일본 놈의 손에 죽었으면 애국자나 되지, 이건 같은 핏줄을 가진 동포의 손에 죽다니…” 하며 피를 토하고 운명했다는 한국동란 때 어느 애국지사의 이야기가 다시금 떠오른다.
그런데 또다시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평양측이 이처럼 불장난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추측들이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다른 것 아니다. 정권 세습을 위한 정지작업인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 아닌가. 벌써 셋째 아들 김정운을 후계자로 세워놓고 충성서약을 파상공세로 펼쳐 간다는 소식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악화로 후계자 선정이 급박할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게다가 첫째 아들 정남이나 둘째 정철도 아닌 20대의 셋째에게 정권 세습을 시키려니 무리수를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정말로 온 코리안들의 수치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무슨 왕조나 되듯이 3대가 정권을 세습한다는 말인가? 그처럼 3대에 걸쳐 정권을 대물림하는 나라를 이 세상 어디에서 볼 수 있겠는가? 세계의 뉴스 미디어들이 ‘노스 코리아’(North Korea)라고는 하지만 코리안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사는 우리와 우리 자손들에게 심히 부끄러울 뿐이다.
사태가 잘못되기는 김정일이 정권을 이어받을 때부터였다. 공산주의 종주국이던 소련과 중국도 결단코 정권 세습을 하지 않은 터에 어찌 한반도에서 그 같은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그 때 김일성이 후계자를 인민의 자유선거에 의하여 선출했어야 역사의 바른 길을 가게 될 터였다.
그랬더라면 남북의 관계는 적어도 평화공존이거나 더 나아가 공동번영을 위하여 상생하는 나라가 되었을 것이다. 이리와 어린 양이 함께 풀을 먹는 나라, 창을 녹여 보습을 만들고, 탱크를 녹여 트랙터를 생산하는 나라가 건설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세계 10대 강국으로 어깨를 펴고 당당히 살아가는 코리안들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 되었던가. 남북한의 경쟁은 김정일 정권의 참패로 결론지어졌고 그것이 결사적으로 핵무기를 고집하는 정책을 낳았다.
김정일 위원장은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정권 3대 대물림을 깨끗이 그만 두어야 한다. 그 아들이 설령 정권을 성공적으로 틀어쥔다고 해도 북한 정부를 성공적으로 이끌 것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 내부에서도 남한처럼 자유민주적 방식으로 후계자를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을 말하는 이들이 있다고 소식 들었다. 비록 쥐도 새도 모르게 숙청되었다고는 하지만 그게 숙청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북한이 사람 살 만한 나라가 되는 것은 그 길밖에 없지 않은가? 아니 원래 국호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어서 헌법대로만 하면 되는 일인데 왜 숙청을 한단 말인가?
성경에도 이런 이야기가 있다. 이스라엘을 40년 통치한 사울 왕은 그 아들 요나단에게 정권을 물려주려 했다. 당시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요나단은 자신보다는 친구인 다윗이 훨씬 더 통치 능력이 갖춰진 것을 알고 스스로 전쟁 일선에 나갔다가 목숨을 잃게 된다. 그래서 다윗은 이스라엘 역사의 가장 존경받는 왕이 되었고 요나단 유가족의 보호자가 되었다.
이처럼 정권 세습의 포기는 김정일 위원장 가족을 위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북한 인민도 살리고 남북의 통일을 이룩하는 지름길임을 확신한다. 게다가 이웃나라 중국을 본받아 개방의 길로 가게 되고 책임 있는 국제 회원국이 된다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일까. 어서 속히 평양이 ‘평화의 땅’이라는 이름값을 다시 찾았으면 여한이 없겠다.
이정근/ 미주성결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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