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 충격, 분노, 절망, 연민, 부끄러움, 미안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절차는 국민장으로 마쳐졌지만 여전히 마음 안에서 통제받지 않고 떠다니는 단어들이다.
일이 손에 잡히질 않고 의미 없는 손놀림과 망연한 눈으로 인터넷의 관련 기사들을 검색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던 중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 글이 눈을 끈다. 김진홍 목사가 두레교회의 홈페이지에 남긴 글의 일부다.
“나이 들어가면서 느끼게 되는 것들 중의 하나가 세상살이에 돈, 경제가 엄청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 대통령직까지 하신 분이 돈 문제가 빌미가 되어 자살까지 할 만큼이나 중요하다”
궤변이고 대단한 견강부회다.
이번에는 자칭 한국의 대표적 기독교 논객인 김동길 명예교수의 글이다. 지난달 15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고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하며 쓴 글이다. “그가 5년 동안 저지른 일들은 다음의 정권들이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도덕적인 과오는 바로잡을 길이 없으니 국민에게 사과하는 의미에서 자살을 하거나 아니면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가서 복역하는 수밖에는 없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모 목사가 국회의원 전여옥씨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다. “명예롭지 못한 죽음으로 국가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을 생각하면 노무현의 시신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남한에 묻지 말고 북의 김정일 품으로 돌려보내줘야 한다”
수많은 네티즌들이 이런 글을 쓴 사람뿐 아니라 기독교 전체를 비난하고 있다. 다들 입 좀 다물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이 대통령은 명예롭지 못한 의미로 ‘장로 대통령’이란 낙인이 찍혀 있는 판국이다.
이런 반기독교적인 정서에 이들의 가벼운 입질은 기름을 붓고 불을 붙이는 격이다.
이들의 역사의식 부재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하게 된다. 물론 모든 목사들, 기독교 지도자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들을 포함한 몇몇 기독교 원로 및 지도자들이 사회를 바라보는 눈의 얕음과 인간 존재에 대한 인식의 가벼움이 놀랍다.
조문기간 고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국민의 숫자가 400만이 넘었다는 보도를 접한다. 그런데 이들 지도자의 눈에는 민초들의 눈물이 보이지 않는가 보다. 400만의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이미 예수님의 마음에서 멀어진 것이 아닐까.
지금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사회적 의제들을 정리하고 실천해야 할 때다. 그래야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고 역사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한동안 주일이면 많은 교회에서 “자살한 사람은 지옥에 떨어진다”는 단순 명료한(?) 단언적 설교들이 횡횡할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 천박함이 부끄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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