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박연차 게이트의 수사 종결 발표의 일부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고 한다. 국민의 알 권리가 그 이유라고 한다. 나는 이명박 정부가 언제부터 정부의 투명성과 국민의 알 권리를 그리도 소중하게 여겨왔는지 의심스럽다.
검찰 스스로 자인했듯이 끝마치지도 못한 수사결과를 발표해서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것인가. 재판을 하기도 전에, 아니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도 전에 끝없는 소위 수사 브리핑을 통해 일방적인 발표를 함으로써 노 전 대통령이 죽음의 길을 택하도록 한 것도 모자란다는 것인가. 500만이란 상상하기조차 힘든 숫자의 국민들이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을 보고 그 슬픔이 행여나 분노로 바뀔 것을 두려워 그것을 막아보고자 하는 것이 그 저의인 듯하다. 참으로 잔인한 발상이다.
이제 그는 두 번째로 변호 없는 일방적인 재판을 받아야 한다. 한 사람의 유죄 또는 무죄 여부는 공개적이고 공정한 재판정에서 가려져야만 한다는 것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 권리이다. 재판정에서는 어떠한 증거를 채택하는 것이 합법적인지 아닌지 그 자체부터 검사와 변호사가 판사 앞에서 토론을 하고 판정을 받아야 하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검찰이 기소장 제출 이전에 범죄혐의 사실에 대해 습관적으로 브리핑이란 명목으로 언급하는 것에 대해 세계의 언론들은 눈살을 찌푸린다.
이미 고인이 된 사람의 범죄 관련 여부에 대해 검찰이 일단 발표를 하면 그는 어떻게 자기 자신을 변호해야 하는가. 이렇게 고인의 인권을 짓밟아도 괜찮은 것이 한국의 현실인가.
검찰도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노 전 대통령 밑에서 비록 날카로운 말이 상호간에 오갔지만 검찰이 대한민국 역사 상 그 어느 때보다도 독립성을 향유했었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마치 원래의 제 위치를 찾았다는 듯이 검찰은 정부의 몽둥이가 되는 데에 주저하지 않았다. 사임한 임채진 전 검찰총장이 언급한 법무장관에 의한 소위 수사지휘 전례가 그것을 보여준다.
검찰은 범죄 수사와 기소에 대한 유일한 권리를 가진 권력기관이다. 한국의 검사들이 노 전 대통령에게 공개토론 상 무례할 정도로 대들었던 그 용기가 있다면, 정부의 노골적인 표적수사 지시에 꿋꿋이 버틸 배짱이 있어야 한다. 한국의 수재들이 모인 집단인 검찰이 일방적인 수사 브리핑의 원천적인 불공평성에 대해 모를 리가 없다. 검찰 스스로, 검찰이라는 기관이 아니라면, 각 검사 개개인이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점이다.
한국의 언론은 언론의 사명은커녕 염치와 체면도 잊은 지 벌써 오랜 듯하다. 사주의 편견과 이해에서 독립되어 공정한 필봉을 휘두를 수 있는 언론이 과연 현재의 체제에서 가능할지 지극히 의심스럽다. 그것이 바로 인터넷을 통한 제3의 언론 매체가 탄생해야만 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한국정부는 이제라도 소위 수사 브리핑의 관례를 없애고 범죄의 여부는 공정한 법정에서만 가려지게끔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이제 3년 반의 세월이 흐르면 그들 자신이 대검 중수부의 피의자 의자에 앉게 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피의자의 국민으로서의 인권은 보호되어야 마땅하다. 국민의 알 권리와 역사의 바른 기록이 그토록 염려가 된다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기록을 50년 정도 기밀 사항으로 처리하는 것도 한 방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철회/ 법정통역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