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몸이 많이 피곤하다는 걸 느낀다.
아침에 일어나려고 하면 등이 침대에 자석처럼 붙어서 마음으로는 일어나야지, 몇번을 되뇌이며 일어나려고 발버둥쳐도 안 일어나 진다.
늦둥이를 낳고 나서부터 증상이 하나 둘씩 생기는 것이 갱년기가 오는 것은 아닌지... 갑자기 돋보기를 쓰게 되고 골다공증도 생기고 목소리도 변하고.. 주위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유명을 달리 하는 사람들 소식이 날아 들고…
몇 날을 진찰을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을 해야만 했다.
게다가 오래 기다리는 절차에 싫증도 났지만 한편으로 만에 하나 혹, ‘큰 병이라고 진찰 결과가 나오면 어쩌나! ‘ 하는 마음과, 잠깐 사이에 앞으로 생기지도 않은 일에 대해 오만가지 잡생각이 머리를 왔다갔다 했다. 진료실 문을 여는 순간, 오래전 함께 했던 RN 간호사가 들어와 환하게 웃으며 친절히 나의 병력을 묻는다. 그러나 담당의사가 휴가중이라 약속시간을 정해서 전화를 줄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을 시켰다. 결국 의사는 못 만났지만, 어제까지의 불안했던 마음들, 천국과 지옥을 넘나들던 마음이 한 간호사의 말로 인하여 갑자기 날아가 버리는 것 같았다. 세상이 달라 보였다. 비발디 사계와 시편23편의 시가 음악이 되어 나의 귀를 바짝 세운다. 만감이 교차했다. 인간은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 에게나 피해갈수 없는 상황이 언젠가는 다가 오게 될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며, 늘 임상에서 환자들이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도 타성에 젖어 별 생각없이 바라보았던 나의 입장에서 주객이 바뀐 상황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한 환자 가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 오기까지의 환자의 심정에 전혀 공감이 가지 않은 것은 물론이며, 이해하며 들어줄 시간적인 여유조차도 없었던 25년전, 초창기 임상 시절이 떠올랐다. 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하여 한 번에 총 소요되는 시간은 환자 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최소 30분, 최대 1시간 반내지 2시간 가량을 환자와 같이 있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와 달리 환자 수, 양적인 문제를 중요시하고 급급해 하 던 한국의 현실상, 질적이며 최대의 치료효과를 기대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열악했던 환경의 오래 전 한국의 임상 생활이었다. 그러나 이제, 한국의 병원도 하나의 기업으로 성장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어느 해인가부터 부쩍 한국 의료계에도 개혁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미국 병원을 copy한 듯 , 병원안에 그럴듯한 cafeteria 가 병원 lobby에 등장하고, 예약이 아니면 환자를 잘 받지도 아니하고, 옛날 야전병원을 연상하듯 허름했던 병원 인테리어가 깔끔한 도시 분위기 냄새를 풍기듯 탈바꿈하며 변화와 경쟁의 시대를 향해 가고 있다.
그런 경쟁의 사회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 일 분 일초의 촌각을 다루는 생명앞에서의 의료인들의 특성은 치열하고 예민해 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의료인들의 마인드는 엄청 살벌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런 혹독한 병원안에서 외형적 인 변화에 맞추어 의료인들이 변화되어져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환경에 구애받지 않는 의료인들의 자질과 환자들을 대하는 자세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열악한 환경과 다급한 상황 속에서도 환자들을 배려하는 노련미와 지치고 죽음을 눈 앞에 둔 한 영혼일지라도 포기하지 아니하는 끊임없는 마음이, 그들를 향한 사랑과 노력이 그들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 의료인들은 늘 마음에 품고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그것만이 변화에 부응하는 진정한 의료인으로서의 내적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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