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치료를 받았던 한 환자가 기억난다.
새파랗게 젊디 젊은 한 청년이 응급실로 얼굴이 사색이 되어 실려 왔었다. 그는 산업현장에서 일하던 청년으로 일하던 중 낙상을 하여 허리를 다쳐 순식간에 하반신 마비 환자가 되어 버린 그는 정신을 잃고 누워 있었다. 얼마 후 치료를 위해 중환자실로 옮겨진 그를 찾아 갔을때도 여전히 그는 의식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하얀 천장만 촛점없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천천히 치료를 시작하며 progressive treatment 을 하며 의식이 서서히 돌아오고 드디어 치료실에서 운동을 할 수 있는 단계까지 진전이 되었다. 나날이 진전이 되는 환자의 모습을 보며 흐뭇하기도 하고 감사의 마음이 들기도 했었는데, 의식이 점차적 으로 호전되고, 보조기를 차고 걷기까지 하던 이 환자가 어느 날 입에서 독설을 내밷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결국 병원 행정 담당 직원과 말다툼끝에 다른 전문 병원으로 옮겨간 케이스를 보았다. 대조적이며 인상적이었던 한 환자도 있었다.그는 대기업 중견으로 한 가정의 유능한 가장 이었으며 해병대 특수 요원 출신답게 패기 왕성한 사나이였는데 직장 상사로서도 인정받던 그가 어느 날 직원들과의 회식이 끝난 후, 음주 운전한 동료의 차를 타고 가다 빗길에서 차 사고가 난 것이다.
그가 병원에 실려 왔을때는 이미 차 유리 파편이 이마 가운데를 뚫고 들어가 시신경과 약간의 운동신경을 건드려 졸 지에 시각 장애인에 제대로 걷지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의식이 어느 정도 있는 상태에서 치료를 받게 된 그는 의외로 너무나도 초연하고 침착해 보였다. 자신의 사고 당시를 또렷이 기억하며 질서정연한 논리로 상황설명을 해주는 그를 바라보며 탁월하고 명석한 두뇌와 포기하지 않겠다는 정신력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환자 에게나 똑같은 마음으로 대해야 하지만 “이 환자를 위해 정말로 최선을 다해야 겠구나!”하는새로운 도전을 받게 된 환자였다. “ 눈이 실명됐어도 의사가 시키는 대로 할 수 있는 데까지 다 하겠읍니다. 원망하지 않습니다. 나의 잘못으로 많은 사람이 힘들게 되서 미안할 뿐..” 이라며 오히려 주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젖게 만든 환자였다.
열심히 아내와 늘 함께 치료를 받으러 오며 영어로 농담까지 하던 이 중년의 사나이가 오히려 인간적이며, 장애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섰다. 아니나 다를까..거의 1년 가량을 치료를 하며 시각 장애라 아내의 도움이 여전히 필요했지만 근력도 완전히 회복 되었으며 혼자서 서서히 걷기 시작했었다. 병실을 이리 저리 걸으며 어디에 무엇이 있다는 것을 익힐 정도로 생활이 수월 해졌다. 일년이 다 되어 갈 무렵, “everybody good- bye and thank you so much!” 를 연발하며, 일일이 hug를 하며 만면에 환한 미소를 띄고 퇴원을 한 그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정말 가능하지 못할 것 같은 장애를 아름답게 극복해 나가던 그를 보며 생각한다. 누구나 예기치 못하게 찾아 오는 것이 ‘장애’ 라는 걸.. 이제는 장애를 더이상 색안경을 끼고 바라 보지 말자.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고 아름답 게 극복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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