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벌리라는 여성은 정숙한 중년 여성으로 두 아이를 가진 중학교 교사이다. 그는 일곱 살 때 문득 자기는 다른 애들과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무엇인지는 꼬집어 말하기 어려웠지만 다른 여자아이들과 노는 것도 옷 입는 것도 달랐다. 열두 살쯤 되면서 자신이 ‘동성애 여자로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을 아무와도 말할 수가 없었다. 부끄러운 일이며 죄 되는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11학년이 되면서 미술 선생에게 이 일을 말할 기회가 있었다. 엉켰던 실타래가 가슴 속에서 풀려지는 듯 속이 시원했다. 그 선생은 자기 친구를 소개해 주고 카운슬링 받을 것을 권고하였다. 카운슬러의 의도는 자기로 하여금 동성애 생각을 없애고 보통 아이들 같이 되도록 고쳐 놓으려는 것이었다.
그럭저럭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해 교사 자격증을 얻게 된다. 그 무렵 조지라는 젊은 의사를 만나고 조지는 그녀를 깊게 사랑하였다. 조지는 그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랑했기에 청혼을 했다. 킴벌리는 이것이 가족이 원하는 것이며 또 여자가 가야 하는 길이라 믿고 청혼을 받아들인다.
지금 생각해 보면 결혼 첫 날 그는 이것이 잘못된 결혼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삶의 바퀴는 굴러가야 하고 세월은 이어졌다. 두 아이가 태어나 일곱 살과 열 살이 되었을 때였다.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술을 시작한 킴벌리는 이제 술 없이 살 수가 없게 되었다. 마시지 않으면 마음의 번민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난 것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 그녀의 애절한 갈구에 대한 시원한 답은 없었다.
34세가 되던 해 마음 속 갈등은 마침내 화산같이 폭발하여 10여년의 결혼생활은 끝이 났다. 조지는 그를 아직도 사랑하고 그는 전 남편을 존경한다. 둘 사이에는 비록 헤어졌지만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착한 남편을 버렸다는 가족들의 비난, 친구들의 차가운 눈초리, 모범이 되어야 할 여선생이 이혼하고 교회도 버리고 사회의 규범과 윤리도 다 버렸다는 죄책감이 그를 몹시도 괴롭혔다. 그는 이길 수 없는 전쟁을 홀로 싸우는 외로운 병사 같이 느껴졌다. 술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깊어져 갔다.
술을 많이 마시면서 그는 점점 우울해지고 차라리 죽어버리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굳어져갔다. 어느 날 견딜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잠자는 약을 듬뿍 먹어 버린다. 그러나 죽는 것도 마음대로 안 된다. 그녀는 죽지 않고 다시 살아났다.
과학자들의 정답이 요구되는 질문이 있다. 동성애라는 생리는 선천적인 것으로 마치 남자와 여자가 태어난 후 바뀔 수 없는 것 같은 그런 것인가? 아니면 후천적으로 환경에 의해서 배운 것이고 본인의 선택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인가?
이 해답에 따라 동성애 자녀를 가진 부모의 태도와 이해는 달라질 수 있는 것이며 상담을 하는 카운슬러에게는 그 목적과 방법이 달라질 수 있으며, 법을 만드는 이는 그 대답에 따라 공정한 법과 정책 수립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답이 쉽지 않다.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정치적 종교적 사회적 이슈로 수없이 공방전이 벌어질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역사가 시작되던 그때부터 동성애자들은 사회의 뒷전에 존재했으며, 오늘 같이 열린 세상에서도 그들은 그늘 속에서 번민과 괴로움 속에 때로 술과 함께 아픔을 달래가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영범
임상심리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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