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즈 서니사이드에 시원한 원피스 차림으로 나타난 미녀 3명의 재잘거림은 마치 한국의 인기 TV 프로그램인 ‘미녀들의 수다(이하 미수다)’를 뉴욕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로 미수다 출연 후 구수한 부산사투리로 주목받았던 한국계 혼혈아 비앙카 모슬리(20·한국명 허슬기·연세대 국제학부 비교문학과 3학년)양이 언니 레슬리(22·한국명 허하나·헌터칼리지 생화학과 4학년)양과 1998년 뉴욕시 최초의 한인 여 경찰이란 타이틀의 한국인 어머니 허정윤(미국명 크리스티나) 경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면서 미녀 3인의 수다는 그칠 줄을 몰랐다.
함께 사는 외할머니까지 여자 넷이서 평소에도 날밤을 새우며 이야기꽃을 피운다는 세 모녀가 한 자리에 모이기는 거의 1년 만이다. 레슬리양은 한국정부 초청 대통령 영어봉사 장학생(TaLK)에 선발돼 1년간 경기도 파주 초등학생들의 영어교사로 근무하고 갓 귀국한 터였다. 외할머니 손에 자란 덕분에 한국어와 영어가 완벽한 두 자매는 그저 막연했던 한국을 이제는 ‘한국은 나의 조국(My Country)’이라고 당당히 말할 정도로 한국 사랑이 커진 것은 한국에서
직접 부딪히고 생활하며 얻은 가장 큰 소득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체성 문제로 고민 중인 한인 청소년들이 있다면 부모의 울타리를 벗어나 한국생활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최고라고 조언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레슬리양은 “한국의 대중교통시설은 정말 놀라웠고 미국 못지않게 현대화된 시골마을을 보고 또 한 번 놀랐다”며 “특히 자녀의 영어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열성을 교사 입장에서 직접 경험하면서 ‘대한민국 아줌마의 힘’이 무엇인지도 확실히 이해하게 됐다”며 웃었다. 비앙카양도 “거리에서 휴대전화로 영상통화 하는 일이 아무렇지 않은 한국을 보면 한국전쟁 후 단기간 내 놀라운 발전을 이룬, 결코 얕잡아 볼 국가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며 엄지손을 치켜세웠다.
뉴욕에서 성장하면서 혼혈아란 배경 때문에 백인에도, 아시안에도 속하지 못해 차별받은 서러운 시절이 있었다는 두 자매는 “어릴 때부터 한국어를 가르치고 한국에서 직접 생활할 기회까지 마련해준 부모님께 가장 감사하다”며 자신들에게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음이 무척 자랑스럽다고 합창했다. 사춘기 시절 주말한국학교에 가기 싫어하던 주변의 한인 친구들이 대학 진학 후 뒤늦게 후회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는 두 자매는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미주 한인 청소년들에게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는 홍보대사로도 활동하고 싶다는 작은 바람을 내비쳤다. 어머니의 나라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어머니 허정윤 경사가 자신의 성을 딴 비공식 한국이름 허하나·허슬기란 이름으로 집에서 부르는 것도 이들에겐 또 다른 자랑거리다.
“엄마나 할머니가 저희를 혼낼 때에만 영어를 쓴다”는 두 자매 중 의사를 꿈꾸는 레슬리양은 1년 남은 이곳 대학생활 대신 한국 연세대로 편입해 한국을 더 배운 뒤 훗날 한국과 미국의 가교역할 맡고 싶다고 말했고, 비앙카양도 앞으로 남은 2년의 대학생활 동안 한국을 보다 깊이 있게 배우고 익혀 미국 언론에 잘못 비춰지는 한국의 이미지를 바로잡는 언론인(앵커우먼)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한국의 ‘미녀들의 수다’로 인기몰이 중인 한국계 혼혈인 비앙카(오른쪽부터)양과 한국인 어머니이자 뉴욕시 최초 한인 여 경찰인 허정윤 경사, 한국 대통령 영어봉사 장학생 임무를 마치고 갓 귀국한 언니 레슬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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