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뚤 귀뚤 어디선가 귀뚜라미 소리가 뒷마당에서 들려온다. 아직 더운 여름인데 이 소리가 들려오니 마치 뜰에 나가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높은 가을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불 것만 같다. 내가 길게 숨을 몰아쉬니까 딸이 왜 그렇게 길게 숨을 쉬느냐고 묻는다. 귀뚜라미 소리에 세월이 날 빠르게 몰아 부치는 것 같고 나이가 많은 사람처럼 벌써 썰렁해지는 기분이라고 말을 하니 딸은 ‘엄마 아직 여름이야’ 라고 말하며 날 이해하지 못 하는 것 같다.
난 속으로 너도 이 나이가 되어보라고 뇌까려 본다. 시간은 그렇게 덧없이 빠르게 흘러가기만 하고 벌써 방학이 끝날 것을 걱정하게 된다.한 달만 있으면 방학이 끝나고 다시 새 학기가 시작되는데 아이들이 즐거운 방학을 보내고 있는지 숙제는 했는지 등등의 걱정어린 궁금증과 함께 한국학교 아이들의 모습이 하나씩 뇌리속에 등장한다. 지난 주에 몇 몇 선생님들이 만나서 새 학기 준비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전체적인 계획을 세우며 새로운 시작을 위해 여러가지 다양한 계획을 내 놓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본인의 의사가 아닌 부모님의 강요, 회유 및 부탁등에 의해서 한국학교에 오는 아이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서 우리 한국학교 선생님들에게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서둘러서 오고 싶은 학교가 될 수 있게 수업을 할 수 있을까’ 가 당면 과제이다. 그나마 알고 있던 단어마저 많이 잊어버리고 돌아올 아이들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부모님의 관심하에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는 아이들은 가족 신문을 만들어 오기도 하고 그림일기를 성의 있게 그리고 재미있게 써 가지고 올 것이나, 아이들이 혼자 숙제를 하는 경우에는 그림일기를 그냥 가지고 오곤한다. 이처럼 부모의 관심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데, 이런 저런 이유로 전자보다는 후자가 많은 것이 아쉬운 현실이다. 우리 선생님들은 이제 긴 방학을 통해 다시 새로워지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다양한 한국 문화와 그것을 .아이들에게 짧은 시간이나마 맛 볼 수 있게 하고 싶어 하면서도 마음 내면에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음은 일주일에 한번 하는 한국학교의 한계 인것 같다. 짧은 시간동안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효과적으로 한국어와 문화를 터득할 수 있을 까를 생각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선생님들의 욕심보다는 아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쪽이 먼저 생각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면에서 늘 고민하며 수업을 준비하게 된다.
양과 질 두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것은 어느 하나도 못 잡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귀결된다는 것 또한 어려움의 하나이다. 나는 우리반 아이들에게 간단한 동화책을 재미있게 읽어주고 싶을 때가 많지만 몇몇 아이들이 읽기와 이해력이 부족하여 포기해야만 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새 학기엔 욕심을 내 보고 싶다. 서서히 기다리며 학교에 오는 것 만으로 나아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더 적극적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서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활용하여 아이들과 더욱 더 친숙한 선생님이 되어 뒤쳐지는 아이들이 적게 하고 싶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학생과 부모, 선생님이 삼위일체가 되어 학교 공부에 전혀 뒤지지 않는 관심으로 한국학교도 새로운 학기를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멀리서 아이들을 만나면 반갑게 선생님하고 뛰어오는 아이들이 있어서 난 행복하다. 비록 아이들을 보내면서 무관심한 부모님이 있어도, 숙제조차 열심히 하지 않는 아이가 있어도, 실망하기 보다는 끊임없는 설득과 변화를 추구하여 아이들이 미국 속에서 한국사람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면서 우리아이들이 미국을 변화시키는 주역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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