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달’ 8월을 맞이했다. 왜 황제의 달일까? 옛날 로마의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이름을 따서 이름 지어진 달이며 1769년에 나폴레옹이 태어난 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태어난 날이 8월15일이다. 이 날은 황제가 없는 대한제국이 일제의 사슬을 풀고 새 나라로 거듭난 날이 아닌가! 이날은 대한 국민에게 광복의 기쁨을 갖다 주기도 했지만 나라가 남과 북으로 갈라지는 슬픔도 함께 안겨 주고 말았다.
올해는 그 날로부터 어언 예순 네번째가 되는 해다. 그런데 갈라진 나라가 언제 다시 합쳐질 수 있을까? 오늘 사십대의 나이가 된 우리의 자녀들이 어렸을 때에 즐겨 불렀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노래가 불리지 않고 있다. 어째서 그럴까? 나라가 남북으로 갈라진 지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일 게다.
그런데 문제는 오늘의 모든 사정으로 봐서 정말로 통일이 이룩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 통일문제를 다루는데 좋은 본보기가 독일이다. 내가 1977년에 서베를린에 갔을 때 동서독 사람들이 왕래하는 출입문을 찾아가 봤다.
그때 나는 아주 중요한 것을 알게 되었다. 독일 사람들은 동서로 나뉘어 있으면서도 서로 만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호텔로 돌아온 나는 호텔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또 한 가지 더 큰 것을 깨닫게 되었다. 독일 사람들은 동서로 나뉘어 있을지라도 그들은 ‘뛰어난 게르만 민족’이란 의식이 마음속에 굳게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따라서 동서독이 똑같이 나라 이름을 ‘도이치란트’라고 불렀던 것이다. 통일된 독일은 ‘베스트’(서)와 ‘오스트’(동)만 빼 버리니까 그냥 ‘도이치란트’가 된 것이다. 독일이 쉽게 통일이 된 데엔 바로 이 ‘뛰어난 게르만 민족’이란 구심점이 공통분모가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어떤가? 먼저 남북의 나라 이름이 다르다. 공통분모가 될 만한 구심점이 없다. 이러한 현실에 비춰 봤을 때 통일이 이뤄지겠는가? 설사 남과 북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평화스런 방법으로 통일문제를 다룬다고 치자. 맨 먼저 부닥칠 걸림돌이 나라 이름일 것이다. 북쪽은 ‘조선’이요 남쪽은 ‘한국’일 것이다. 이러한 여러 사정을 살펴봤을 때 평화적 통일이란 거의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그렇다고 전쟁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요행을 바란다면 북한이 스스로 무너지는 일인데 이것도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의 소원 통일’을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그 갈피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남과 북이 공통분모로 삼을 수 있는 구심점을 찾아내는 일이다. 막연한 말인 같은 민족으로선 안 된다. ‘단군의 후손’이라든가 ‘백의민족’과 같이 국민들의 가슴 속에 파고 들어가 의식화될 수 있는 구체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것이 남북의 국민의식이 되어 남북의 공통분모로 작용한다면 남북이 평화스러운 통일을 이룩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황제의 달’ 8월에 ‘우리의 소원 통일’이 이룩될 수 있는 큰 일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윤경중 / 명예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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