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미디어법 개정을 놓고 1년 너머를 싸웠다. 그래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국회에서 욕설과 완력이 난무하기도 했다. 은퇴하기 전까지 25년 동안 LA타임스에서 신문제작 과정을 지켜본 나는 양측이 왜 그토록 싸우는지 그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 7월24일 월스트릿 저널에 한국 미디어법 개정과 관련한 싸움을 설명하는 기사를 보고 좀 이해가 되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한국에는 객관적인 언론 보도의 역사가 없고 언론의 보도내용이 정치적 견해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신문이 인용한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김민환 교수는 한국의 언론이 아직도 편 가르기를 하고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여야가 자기편을 옹호하는 언론기관의 성쇠가 자기 당의 생존과 관련된 일이라 인식하고 싸우니까 싸움이 험악해지고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한국의 언론들이 정직하고 깊이 있는 객관적 저널리즘의 언론기관으로 다시 태어날 때 이 모든 싸움은 끝날 것 같다. 내가 LA타임스를 통해 경험한 미국 언론기관의 자세는 다음과 같다.
첫째 LA타임스가 중요시하는 것은 독자다. 여기서 독자라 함은 남가주 주민 전부가 되나 중상층 대학 졸업자가 주 타겟이 된다. 그것은 수입의 70% 이상을 광고에 의존하는 신문으로서 광고주의 뜻을 반영한 결과이다. 하지만 남가주 영세시민의 입장도 반영하고 국정에 관한 여러 의견들을 종합해볼 때 LA타임스는 중도좌파의 성격을 띤다.
둘째로 중요한 것은 기사를 쓰는 사람들의 질이다. LA타임스는 다른 신문사에서 좋은 글을 많이 쓴 실력이 있어야 채용한다. 물론 그 사람의 인격, 경험, 지식의 깊이, 인맥의 폭 등도 고려한다. 그 대신 보수도 좋다. 그러나 점심대접을 받거나 극장표 한 장을 받아도 파면이 된다. 개인적으로 만나 보면 언론인으로서 그들의 신념은 대단하다.
셋째는 취재원에 관한 것이다. 기사의 근원이 되는 취재원이 제공하는 내용은 3가지 다른 방향에서 진실이 확인되지 않으면 그 글은 실리지 않는다. 미국의 주요 신문들은 이 원칙을 따른다. 모든 기사가 여러 단계의 심사를 거치게 됨은 물론이다.
넷째는 지면의 할당이다. 어떤 논점이나 이슈는 여러 각도로 분석이 가능하고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다. 특히 상반되는 의견이 같은 중요성을 가지면 대개 두 의견을 똑같은 크기의 기사로 좌측과 우측에 싣는다.
다섯째는 기사를 쓰는 사람에게 충분한 시간과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글재주보다는 정확하고 뜻있는 보도를 중요시한다. 6개월 이상 걸리는 글도 많고 몇 년을 걸리는 글도 있다. 또 합작으로 쓰는 글도 많다. 그러나 남의 글을 베끼거나 모방하는 일은 없다.
여섯째 LA타임스는 보수를 후하게 주는 대신 노동조합 결성은 절대 반대한다. 이는 신문 발행에 어떠한 장애물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이다.
나는 미국의 주요 언론기관은 근본 취지에서 대동소이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대학에서도 객관적 저널리즘을 가르치고 있고 국민이 언론을 이해하는 깊이도 많이 향상되었을 것으로 믿는다. 이제 한국의 언론들도 정치인들이 한 일을 나열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진정한 언론 만들기에 신명을 바쳐야 할 것이다. 객관적으로 진정한 언론의 기틀이 세워지면 미디어법 싸움은 없어질 것으로 믿는다.
권대원 / KAFT.NET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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