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오바마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대선 공약중의 하나인 의료개혁 법안을 둘러싸고 사회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8월 휴회 중 각 선거구에서 주민 토론회를 개최하는 상하 양원 의원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이 공화당 또는 러시 림버 등 우파 선동가들에 의해서 선동을 받은 듯한 청중의 일부로부터 날카로운 질문이나 야유를 당하는 것은 약과이고 제대로 해명할 기회조차 없어 보이는 장면이 많이 연출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국회의원들이나 데모대처럼 치고받은 일은 없다는데서 미국 정치의 성숙도를 엿 볼 수 있는 게 다행이다.
한국의 보건부 장관이 최근 워싱턴을 방문 했을 때 미국의 상대역이 한국에서 전국민이 들어있게끔 건강보험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가르쳐 달러고 했다는 것처럼 미국의 건강보험은 문제투성이다. 우선 4,800만 명이 아무런 보험도 없어 아프면 응급실을 찾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있다.
대부분의 건강보험이 직장을 통해 마련되는 것이기에 현재의 경제 위기 때문에 실직을 하는 중산층들 중 보험이 중단되어 엄청난 병원비를 낼 수 없어 파산신청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는 다 동의를 하면서도 개혁의 구체적 내용을 놓고는 양대 정당만이 아니라 갖가지 이익 집단들의 이해상충이 빈번하기 때문에 용두사미 아니면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曙一匹)식 개혁으로 끝나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매케인을 압도적으로 이긴 오바마가 의회의 다수당을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이문제와 다른 분야에 있어서도 고전을 하고 있다는 현실을 민주당 하원의원들의 단체 중 하나인 ‘블루 독’에서 엿볼 수 있다. 주로 남부나 서부출신등인 52명의 민주당 하원의원들로 구성된 이 집합체는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 등 지도자들이 진보적인데 비해 중도파 아니면 보수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그 그룹에 속한 의원들은 대도시나 공업지대가 아니라 소읍이나 농촌지역 출신으로 민주당 강령대로 따랐다가는 공화당 후보자들에게 패배 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당의 공식입장과는 달리 낙태와 동성애자들의 권리 신장 및 총기규제를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블루 독’라는 이름 유래를 구글에서 찾아보았더니 추운 겨울에 개들이 집안에 못 들어 와서 바깥에 오래 있으면 피부가 푸르둥둥 해지는 것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아마도 민주당 하원 지도층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당의 강령 밖에서 행동하기 때문에 주어진 이름인 것으로 보인다.
1994년에 공화당이 연방의회의 다수당이 되었을 때 발족한 이 그룹의 영향력은 7월 에 하원의 에너지와 상공위원회에서 의료개혁안이 심의되던 중 발휘되었다고 데이비드 브로더 라는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리스트가 지적한다. 자신들 출신지역의 병원들이 메디케어의 예산삭감에서 제외되도록 했으며 개인보험과 경쟁할 정부나 공공보험안에 있어서도 자신들의 보수적 견해를 반영시키려고 노력하면서 의료 법안이 위원회를 떠나 본회의에 상정되도록 그들의 표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하원에는 그밖에도 ‘새 민주 연합’ 이라는 클린턴 대통령 시절의 단체가 68명의 구성원을 가지고 있고 ‘진보 코커스’는 81명의 멤버가 있다고 한다. 공화당 의원들 쪽에는 ‘공화당연구위원회’가 106명의 의원들을 망라하고 있어 하원의원들 단체 중 숫자로는 가장 크다.
총 인원이 100명인 상원에서는 당내의 진보나 보수론을 대표하는 그룹이 있는 게 아니라 의료 개혁 법안이 상원 재정위원회에서 토의될 때 개인적으로 협상을 한다는 점에서 435명으로 된 하원의 역학구조와 다르다.
오바마와 백악관 참모들이 선거공약 대로 의료개혁을 입법하기 위해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또 양원의 다수당인 민주당 지도층이 아무리 당의 결속을 강조해도 ‘블루 독’을 온전히 설득 시킬 수 없고 오히려 그들의 입장을 수용하는 조건에서야 그들의 찬표를 확보할 수 있다는데서 미국 정치의 어려움을 엿볼 수 있다.
남선우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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