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소중한 만남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동안 빌이 계속 나를 쳐다보는 것을 느꼈다. 그게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되어 나는 책상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가서 이렇게 말했다. ‘네가 계속 나를 그렇게 쳐다보겠다면 나도 너를 계속 쳐다볼 거야. 어쨌든 우리 통성명이나 하자. 나는 힐러리 로댐이야, 너는?” 후에, 빌 클린턴은 그렇게 시작된 힐러리와의 만남을 “그 당시 나는 너무 놀라서 내 이름도 생각나지 않았다”고 회고하며 “천생연분의 시작”이라고 표현했다.
힐러리와 빌이 그랬듯이, 학생들은 꿈과 신념을 따라 배움의 장소로 떠난다. 과거에 유목민들이 목초지를 찾아 이동했던 것처럼 오늘날은 목초지 대신 대학을 찾아 이동하며 노마드(nomad) 생활을 시작한다. 한국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다니고, 중국 뻬이징으로 건너가 중학교를 마치고, 시애틀로 건너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뉴욕에 있는 대학에서 공부하는 동안 여름방학에는 영국 대학에서 강의를 들으며 견문을 넓히고, 졸업 후 시애틀 소재 직장에 다니며 남미에 출장을 가는 청년이 있다. 그런 삶이 바로 현대판 노마드 생활의 일면이다. 그런 생활에는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학교, 직업, 배우자, 생활반경이 완전히 달라진다. 해서, 네트워킹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것이 현실이지만 그 과정에서 한가지 간과하는 것이 있다. 작고 우연한 만남을 하찮게 여기는 것이다.
대단한 지위를 가진 사람을 만나야 장래에 도움이 될 줄로 여기고 유명인이나 정치가로부터 받은 명함은 소중히 간직하고 남들에게 과시한다. 대학 선정에서도 동창회가 잘 운영되는 대학을 선호한다. 유명인사나 같은 학교, 고향 출신들이 도와줄 때는 이유가 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인간은 시기와 질투로 무장되었기에 상대방의 발전에 대해 불편한 심사를 느끼게 되고 막상 자신을 희생해서 남을 도와야 하는 상황에 이르면 선뜻 움직이지 않는다. 빛 좋은 개살구 격 줄서기가 바로 그것이다. 또한, 혈연, 지연, 학연 등 모든 연줄을 동원하여 네트워킹을 하지만 정작 자신이 실력 미달이라면 줄만 잘 찾아낸다고 미래가 딱히 달라지지 않는다.
힐러리와 빌처럼 자칫하면 스쳐 지나가는 엇갈림으로 끝날 수 있는 작은 만남이 인생의 방향타를 정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사소한 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은 사람을 만나는 목적이 수단으로 변질되어서다. 그런 기계적 만남은 목수가 그의 계획과 설계대로 연장을 사용하여, 의도했던 물건을 만들어 내는 것에 비유된다. 자신이 의도했던 목적에 따라 일정한 위치, 권력, 영향력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 즉, 만남을 제작해내는 것이다. 이에 비해, 누구를 만나도 “너”라는 인간으로 소중히 여기고 내 마음대로 주물러 만들어 내는 소재로 보지 않고 상대방과 함께 비슷한 방향타를 바라보며 같이 발전을 꾀하는 만남이 있다. 이런 만남은 ‘나와 너’를 확대시켜 가는 과정이다. 이런 유기적 만남은 식물을 재배하는 정원사에 비유된다. 정원사는 무엇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길러내고 자라게”하는 촉매작용을 하는 사람이다.
가장 소중한 만남은 역시 부모와 자녀의 만남이다. 부모는 자녀를 위해 목수가 될 것인지 정원사가 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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