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친구 잃어 가슴 찢어질듯 아파 작년말 만남땐 목소리 쩌렁했는데…”
70년대 석방운동 계기 35년 우정
부인들도 이메일 나누며 우의 돈독
오는 23일 김대중 전대통령 영결식을 앞두고 애틀랜타 한인사회에서도 추모발길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김 전대통령과의 특별한 인연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는 레이니 전 주한미국대사와 버마 여사가 20일 오전 애틀랜타 한인회관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오랜 친구의 서거에 슬퍼했다.
레이니 전 대사는 “사실 한국에서 영결식에 참석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참석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시차 등 건강이유로 사정이 여의치 않아 대신 이렇게 애틀랜타 분향소를 찾게 되었다”고 전했다.
헌화와 분향을 마친 레이니 전 대사와 버마 여사는 김 전대통령의 영정사진 앞에서 한참을 머물며 차마 발길을 떼지 못했다.
레이니 전 대사는 “평생을 민주화와 한국의 발전 그리고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위해 헌신해온 영웅”이라며 운을 뗐다. 그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내가 이희호 여사와 이메일을 주고 받았었는데……”라며 슬픔을 억눌렀다.
그는 김 전대통령과의 마지막 만남을 떠올렸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김 전대통령 자택을 방문해 그의 가족들과 저녁을 함께 했어요. 그때도 휠체어에 몸을 의지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어요. 하지만 얘기를 나누다 보니 이내 자신감 있고 쩌렁쩌렁 울리는 그의 목소리가 점점 되살아 났어요. 이번 고비도 그렇게 잘 넘겨낼 줄 알았는데…” 라고 말하는 레이니 전 대사는 “여러분이 슬프듯이 나도 좋은 친구를 잃어 매우 유감이고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고 말했다.
1993년부터 1997년까지 서울 주재 미국대사로 재직한 레이니 전 대사는 김 전대통령이 70년대 긴급조치 위반으로 투옥됐을 당시 샘 넌 상원의원 등을 통해 김 전대통령의 석방운동을 한 것을 시작으로 김 전 대통령과 오랜 인연의 맺었다.
이후 김 전대통령이 미국에 망명했을 당시 남부의 명문 에모리대 총장으로 있었던 레이니 전 대사는 김 전대통령에게 명예박사를 수여했고 본격적으로 교류를 시작했다. 레이니 전 대사는 김 전 대통령의 3남 홍걸씨가 과거 야당 지도자의 자제로서 대학생활에 적응을 못하자 에모리대 유학을 주선하는 등 어려운 일에 직면할 때마다 힘이 되어주는 든든한 친구였다. 부인 버마여사와 이희호 여사간에도 우의가 돈독할 정도로 가족끼리도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 레이니 전 대사는 현재 에모리대 명예총장을 맡고 있다.
레이니 전 대사와 함께 자리한 전해진 총영사는 “전 미국대사께서 직접 애틀랜타 분향소를 찾아 한국의 전 대통령을 추모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분향을 마친 레이니 전 대사는 전해진 총영사, 은종국 한인회장 등과 함께 한인회관에 마련된 접견실에서 김 전대통령의 살아생전 이야기와 레이니 전 대사가 한국에 있었을 때의 일 등에 대해 담소를 나눴다. <구새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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