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스승
1905년 10월25일자 뉴욕타임스는 노스웨스턴 대학의 역사학 교수 J.A. 제임스가 “대학생이 돼서도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모르면 바보다. 교과서보다 중요한 것은 신문이다. 내 강의에서 학점을 따려면 신문 서너개를 매일 읽어라”고 독특한 과제물을 내준 것을 보도했다.
지난 8월17일 보스턴 글로브 신문은 홀리크로스 대학이 9월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에게 준 과제물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미리 읽기 과제물로 예년에 주던 소설이나 고전을 치우고 “신문을 읽고 온라인에서 동료 신입생들과 시사토론을 하라”는 색다른 주문을 한 것이다. 지금까지 다른 대학에서 전혀 시도하지 않았던 숙제를 가지고 신입생들은 음주연령, 오바마의 의료보험 정책, 소토마요르 대법원 판사 임명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며 “지루한 내용의 책들을 읽는 것보다 훨씬 흥미롭다”고 새로운 방침을 반겼다.
홀리크로스 대학이 신문으로 방향을 돌린 이유는 무엇일까. 신문은?문장ㆍ수치ㆍ도표를 동원해 다양한 분야의 정보와 지식들을 펼쳐놓기에 학생의 두뇌를 다채롭게 훈련시키는데 가장 좋은 도구요, 포괄적 지혜를 요구하는 21세기에 통합적 사고를 훈련하고, 시대감각ㆍ다양한 시각ㆍ전문적 지식ㆍ비판적 사고력과 논리력 등을 한꺼번에 짧은 시간에 배울 수 있게 한다는 연구보고에 기초한 것이다.
또한 신문을 읽는 학생은 읽지 않는 학생보다 “읽기, 단어, 작문실력이 현저하게 뛰어나고, 강의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봉사활동도 열성적으로 하며, 매사에 적극성을 띤다”는 학교 자체내의 통계를 적용한 것이다.
한마디로 신문은 보이지 않는 스승 역할을 한다. 고교시절 춘향전 관람을 계기로 한국의 문화에 매료되어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대학에서 한국학을 전공한 후 한국인으로 귀화한 박노자는 러시아 사람이지만 한국말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의 한국학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사회의 전근대성, 패거리 문화, 배타적 민족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한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한국어로 저술하는 수준에 이른 비결은 러시아에 들어오는 한국신문을 매일 샅샅이 읽은 것이었다. 그는 신문을 보이지 않는 개인교수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청소년들은 이런?스승의 존재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가끔 신문을 본다 하더라도 만화ㆍ스포츠ㆍ연예 기사 읽기가 고작이다. 그들은 바보가 되어 가고 있다. 바보라는 영어단어‘idiot’은 그리스어 idiotes에서 온 것으로, 이는 바깥세상을 모르고 자신만의 세계 속에 빠진 사람을 뜻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신문을 읽지 않는 사람은 바보다”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들이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주제별로 기사를 분류하여 학생 수준에 알맞는 독해ㆍ단어ㆍ쓰기공부를 일석삼조로 하게 하는 뉴욕타임스의 온라인 판 학습 네트워크 같은 것을 읽기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에서 발간되는 신문만 읽는 것은 3,000마일이 넘는 넓은 시각을 가질 수는 있으나 자칫 깊이가 부족할 수 있다. 해서, 영국에서 발간되는 가디언과 파이넨셜 타임스 같은 것을 읽으면, 미국신문에서 흉내 못 내는 날카로운 비평, 세련된 문장, 색다른 분석을 맛 볼 수 있다.??
교과서만이?유일한 스승이던?시대는 지났다. 사람만이 스승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구시대 발상이다. 공부는 학교 울타리 안에서 해야 한다는 고집도 버려야 한다. 커피 한잔 값도 안 되는 신문을 구독하던지, 인터넷에서 무료로 읽던지, 중요한 것은, 개인 지도하러 날마다 찾아오는 신문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각자의 보이지 않는 스승으로 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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