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을 하는 몇몇 한인 비영리단체들의 예산이 신문에 보도된 일이 있다. 그중 어느 단체는 예산의 절반 이상이 단체장 부부의 급료로 책정되어 있었다. 정부 돈을 타 쓰는 일이고 무슨 속내가 있는지 몰라 왈가왈부할 바는 아니지만 한인을 대상으로 하는 비영리단체인 만큼 아주 나 몰라라 할 일도 아니다.
다른 단체에서도 대표와 임직원들이 일반 회사 수준 못지않은 보수를 받고 있었다. 그들이 하는 일이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으로 좋게 생각되지만 조직체는 비영리 또는 봉사기관이라 불릴지 몰라도 그 돈을 받는 사람을 봉사자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영리적이었다. 이곳 LA의 많은 한인단체와 기관이 쥐꼬리만 한 일을 하거나 심지어 늘 상 있는 월례회나 임원회조차 배너까지 걸어놓고 대단한 일이나 하는 것처럼 신문에 사진 올리려고 급급해하는 모습과 오십보백보라 할까?
며칠 전 어느 식품회사의 창업자가 비영리단체를 새로 설립했다는 기사가 있어 읽어보니 후원금을 전액 도와주는 데만 사용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연한 일인데도 새삼 마음에 와 닿는 것은 요즈음 후원금 문제로 신경이 가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가정은 한국 유명 연예인이 TV에도 자주 등장하여 홍보활동을 벌리는 모 비영리단체를 후원하고 있다. 결연을 맺고 매월 일정액의 후원금를 내면 기아와 질병에 시달리는 저개발국 어린이를 도와준다는 기관이다. 옛날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실제로 굶주림을 맛보았기에 각각 세 아이들 이름으로 기꺼이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주위 사람들, 특히 많은 교회의 교인들도 대거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언제인가부터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매월 보내오는 인쇄물이 칼라에다가 너무 고급스럽고 지나치다 싶게 자주 보내와 그 종이, 인쇄, 발송비만도 상당하고 여기에 광고비, 인건비등 일반 운영비 등을 더한다면 많지 않은 후원금액의 대부분이 사용될 것 같은 추측이 들었다.
언젠가 아내가 시카고에 있다는 그 기관의 본부사무실에 전화하여 우편물에 너무 비용을 쓰고 있다고 항의한 적이 있으나 누구 하나 책임 있는 답변을 해오지 않았다. 아무리 홍보가 중요하고 더 많은 후원자를 만들어내기 위한 경제논리가 고려되었다고는 하나 후원금 조성 못지않게 후원자 한 사람 한사람이 내는 금액이 가급적 직접 돕는 비용에 많이 써지길 바라는 희망을 이루어 주는 것도 당초의 설립취지를 가장 살리는 길일 것이다.
더구나 회원들에게는 그들이 후원하는 단체의 입출금이 어떻게 운용되었는지 의당 알려야 하는데 지금까지 회계보고서를 한 번도 받아보질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만약 앞으로도 계속 이런 방식으로 나간다면 부득이 후원금을 금년 말로 끝낼 계획이다. 단체와 기관이 아무리 목적과 취지가 좋아도 운영 전반에 걸친 선명성이 없다면 어떤 명분을 내세워도 결국 사적 조직에 지나지 않는데 하물며 비영리단체는 말할 나위조차 없을 것이다.
구조조정은 기업이나 정부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한인 타운의 수많은 단체와 기관들, 특히 비영리단체들이 투명해 질수록 그만큼 한인커뮤니티도 밝아지고 건강해 질 것이다. 교회도 결코 예외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조만연 / 회계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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