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LA북부 지역 앤젤레스 내셔널 포리스트에서 시작된 대형 산불이 이제 막바지 진화 단계에 돌입했다.
그동안 LA 한인들은 흩날리는 재와 매캐한 매연으로 호흡 곤란, 심한 두통 등 많은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실제로 산불 발생지역 거주자들은 직접 산불의 위협 속에 재산 및 인명 피해를 당하는 등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극심한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라카냐다와 라크레센타에 거주하는 많은 한인들은 소방당국의 강제 대피령이 내려져 한 밤중에 집을 떠나야하는 불편을 감수해야만 했다.
바로 집 앞 산등성이에 시뻘겋게 달아오른 불길을 보고 놀라 간단한 옷가지만 챙겨갖고 부랴부랴 집에서 나온 한인들은 대부분 지인들의 집이나 호텔로 향했지만 정부에서 마련한 대피소를 찾은 한인들도 더러 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대피소에서 만난 한인들의 표정에는 여유가 있었다. 자신들이 미국에서 힘들게 일궈 낸 소중한 자산인 집이 순식간에 잿더미가 될지도 모를 긴박한 상황이었을 법도 한데 대피소에 모인 한인들은 서로를 위로하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이구동성으로 돌아온 대답은 “불길 속에서 살신성인하는 소방관들의 모습을 보며 희망과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물론 당연한 답변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대답은 다소 의외였다. 그리고 더욱 기자를 놀라게 했던 말은 그 뒤에 나왔다.
한 40대 한인 주부는 “로컬 소방서나 경찰서에서 도네이션을 해달라는 요청이 종종 왔었는데 그 때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 이라고 생각해 외면했던 것을 산불을 겪으면서 대피소에 머무는 동안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면 당장 소방서에 도네이션부터 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한인들도 ‘나도 그렇게 하겠다’고 동의했다.
사람은 실제로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피부에 와 닿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 산불발생 이후 한인들의 경험에서 볼 수 있듯이 ‘911’ 번호만 누르면 즉시 출동하는 소방관들은 비가 오던, 눈이 오던 묵묵히 자신들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평소 그들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살아왔다. 라카냐다 산불은 오는 15일께 완전 진화될 것으로 관계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지금까지 2명의 소방관이 화마와 사투를 벌이다 소중한 생명을 잃었고 20여명은 화상을 입는 등 산불로 인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남가주 곳곳에서 연례행사처럼 매년 반복되는 대형 산불과 로컬지역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화재가 커뮤니티의 안전을 위협할 때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방관들의 희생정신 앞에 다시 한번 머리가 숙여진다. 소방관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음이 분명하다.
김진호 /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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