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인민군 포로수용소서
북송 피하려 혈서 쓴 계기
목회 인생 50년 쏟아부어
‘어린 양의 피’ 집중 연구
많은 크리스천들이 ‘번영의 복음’에 정신이 팔려 예수의 보혈과 고난에 대한 관심은 흐려지는 시대를 맞아 성역 50주년을 맞은 한 목회자가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오롯이 초점을 맞추게 하는 신학서적 ‘보혈의 신학’(쿨란출판사)을 출간했다.
참고서적만도 100권 이상에 달하는 치열한 연구 끝에 한글과 영어로 된 336쪽 분량의 ‘필생의 역작’을 내놓은 이는 LA 거주 김창식(79) 목사. ‘보혈의 신학’을 쓰는 데는 청년시절의 특별한 경험이 동기가 됐다.
“황해도 장연이 고향인 저는 1950년 20세의 나이로 인민군에 끌려갔다가 한국 전쟁 중 유엔군에게 붙잡혔습니다. 그 후 거제도 제73 포로수용소에 수감되었지요. 유엔군 병사가 퇴근하고 한국군만 보초를 서는 오후 6시면 북한 공화국기가 게양되고 인민군 포로 수백명이 모여 군가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는 무시무시한 곳이었습니다. 당시 저를 포함한 27명의 기독교인이 수용소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1952년 휴전협상 과정에서 포로교환 문제가 제기되면서 꼼짝없이 북송돼 죽임을 당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그래서 동료 크리스천들과 반대운동을 벌였지요. 손가락을 베어 붉은 피로 천에 ‘결사 반공’이라는 혈서를 쓴 후 띠를 만들어 이마에 동여매고는 포로교환 반대 구호를 목이 터져라 외쳤습니다.”
김 목사에 따르면 옥호열 선교사(미 군목)가 혈서를 쓰느라 쓰러지는 사람까지 나오는 처절한 당시 상황을 목격하고 피로 물든 27개의 띠를 이승만 대통령에게 전달한다. 그 후 이 대통령의 비밀지령이 내려져 1952년 6월18일 거제도의 4만여 포로 중 수천 명이 철조망에 뚫은 구멍을 통해 탈출했다. 하지만 수많은 포로들이 먼저 나가려고 아우성치고 유엔군이 발포를 시작한 상황에서 한 손에 성경책을 꼭 쥐고 있던 그는 수용소를 빠져나오지 못한다. 결국 7개월여를 더 갇혀 있다가 1953년 1월24일 38선 앞에서 심사를 받고 자유 대한으로 석방됐다.
이 사건은 그로 하여금 평생 피의 중요성을 절감하면서 십자가 위에서 흘린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에 주목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책에서 김 목사는 무엇보다 인류의 구원을 위해 쏟은 보혈을 중심으로 그 본질과 효력, 인간 구원에 있어서의 역할을 논했다. 또 구약에 기록된 피를 시대 순으로 기술하고 물이 변하여 된 포도주, 물과 성령으로 거듭난다는 말, 오병이어의 이적, 최후의 만찬 등이 갖는 의미를 짚었다.
그는 “5년 전에 쓴 박사학위 논문을 토대로 ‘보혈의 신학’을 냈다”며 “하지만 저술에 목회 인생 50년이 꼬박 걸린 셈”이라고 말했다. 목창균 목사(서울신학대학교 총장)는 추천사에서 “이 책은 기독교의 핵심 주제인 ‘그리스도의 보혈’을 성경의 풍성한 자료에 근거해 간단명료하게 정리,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것이 특징”이라는 말로 이 책을 추천했다.
선랜드한인교회를 개척, 25년간 담임하기도 했던 그는 현재 캘리포니아 센트럴 대학교 교수로 사역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우간다, 르완다, 콩고, 멕시코, 중국, 이스라엘 등지를 방문, 선교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출판감사 예배는 20일(일) 오후 4시 그가 명예목사로 섬기는 주님의충신교회(261 N. Bonnie Brae St., LA)에서 열리며, 이정근 목사(미주성결대학교 명예총장)가 설교를 맡고 부인 김경순 사모가 이끄는 율동팀이 ‘유월절 어린양의 피’라는 노래에 맞춰 워십댄스를 선보인다.
김 목사는 “나 자신은 ‘이름 없는 꽃’ 같이 보잘 것 없는 존재다. 다만 보혈의 향기와 가치, 능력과 영원성을 깨닫게 해 주신 하나님에게 영광이 돌아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문의 (213)344-9078
<글·사진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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