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회장으로 있는 BNI( Business Network International) 오클랜드 챕터에서 매주 목요일 아침 모임이 있다. 주 목적은 회원끼리 비즈니스를 소개하는데 회원을 44명으로 마감하려고 한다. 현재 40명의 회원이 하는 일이 다르고 인종 구성도 달라 쉽사리 어울리지 못하는 여건인데도 우리는 비즈니스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성공적으로 모임을 이끌어 나간다. 사업문제 이외에 개인적인 일로 잘 어울리기도 한다. 매주 순번을 돌아가며 회원이 하는 일을 10분간 소개하는 시간이 있다. 이번주 두 여자 회원이 발표한 내용이 마음에 들어 같이 나눈다.
처음 순서는 나이가 60대 초인 재키 변호사의 차례다. 뉴욕 유대인 가정에서 출생하여 대학을 다니다가 70년 초에 있던 자유분방한 히피물결에 휩싸여 전국 각지에서 온 여러 사람들과 북가주에서 코뮨을 이루고 생활을 했다. 젊음을 만끽하며 월남전을 반대하는 데모대에 참가도 하며 당시 불기시작하는 소수민족의 민권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집에서 갖고온 돈과 파트타임으로 일한 돈을 염출하여 생활을 했다. 힘들었던 것은 공동체에서 환자가 발생했을 때였다. 카운티 병원에서 어렵게 치료도 받았지만 기성세대가 히피들에게 보내는 눈초리가 싫어 자연요법으로 치료를 했다고 한다. 생물시간에 배운 기초지식을 총동원하여 치료했는데 큰병을 얻어 코뮨을 떠나는 히피동료들을 보며 인술에 헌신하겠다고 다짐을 했다. 마음을 정리하고 부모들한테 도움을 받아 간호대학을 졸업한 다음 RN이 되었다. 후에 의사못지 않은 Nurse Practitioner가 되어 응급병동에서 30여년 동안 일을 했다. 자기를 필요로 하는 곳에 지원하며 코뮨시대의 이상을 저버리지 않았다고 한다. 결혼할 사이도 없었다.
당시 뉴욕에서 은퇴한 부모가 양로원에서 적절한 대우를 못받는 것을 보고 자기가 모시기로 했다. 그 와중에 은퇴한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여러 어려움을 보고 그들을 위한 일을 하려고 50대 중반에 법과대학에 입학했다. 낮에는 간호사로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며 5년전에 변호사가 되었다. 재키는 은퇴자의 법적보호를 하는 Elder Care 전문 변호사가 되었다. 지금도 봉사정신으로 시작한 20대의 생각을 저버리지 않고 자기가 택한 커리어에 혼신을 다한다.
다음 리셀은 50대 중반 오클랜드 출신 흑인 여자다. 결손가정에서 태어나 고아원에 보내지기도 하고 포스터홈에서 동생과 함께 생활하기도 했다. 어려울 때마다 이야기할 사람이 없어 늘 혼자 지내는 버릇이 생겼다고 한다. 커가며 사람을 피하는 성격으로 변했다. 무용에 특별한 재주가 있어서 재즈댄스 그룹에 들어가 본격적인 연예인이 되었다. 미국 전역을 돌며 공연도 하고 여러해 동안 영국을 포함한 유럽각지를 순회하다가 귀국했다. 해외를 다니며 화학약품이 아닌 유기농 청소법을 보고 사업착상을 했다고 한다. 어렸을 때 포스터홈을 돌아다니며 집청소한 경험이 그녀를 청소업을 하게 한 동기가 됐다. 처음 사업 시작할 때 화학약품을 전혀 쓰지 않아 청소일이 퍽 힘들었다고 한다. 직원들을 설득한 결과 유기농 청소업이 이제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르고 이제 여러 사람을 고용하고 있다고 한다. 어려운 역경 속의 경험이 생활 수단으로 바뀐다. 집을 청소하는 일이 퍽 외로운 직업인데 결손가정 때의 청소경험이 외로움을 극복하는 계기도 되었다고 한다. 이제 친환경사업인 유기농 청소기법으로 사회에 기여한다고 한다.
재키나 리셀 두사람 모두 사업의 근본을 봉사에 두고 있다. 참 마음이 훈훈해지는 발표였다. 끝난 다음 이례적으로 우리 모두 기립박수를 했다. 오랫동안 생각나게 하는 그들의 이야기다. 이런 일이 교회에서 있었다면 아마 간증이라고 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할 때 우리의 꿈은 살아 있고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미국정신이 더 윤택해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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