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 조선 때 유교 사상에 젖은 우리들에겐 효(孝)가 강조된 바, 정적에게 살해당하는 아버지가 “아들아, 이 애비의 원수를 갚아다오.”라고 하면, 자신의 앞날보다도 전국 방방곡곡 아버지의 원수를 찾아 다니는 것이 효라고 배웠던 터다. 그러다 원수를 갚기라도 한다면, 그 후론 살아가야할 목적도 없어지고 허탈에 빠지며 효도를 다했다는 자기만족에 빠지는 풍토에서 살았었다.
근대에 들어와서는 “바보” 소리가 생활에 스며들어, 어릴 때부터 “울면 바보”라는 말을 비롯해서 이러면 바보, 저러면 바보에다, “바보야! 그것도 못해?”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자랐다.그러니 스스로 자격지심에 빠져 자긍심 (self esteem)이 없으니 안으로 안으로 자꾸 감추고자 한다. 성격이 내성적으로 발전되고 자신의 표현을 잘 안하게된다. 밖으로 표현을 잘 안하니, 질투가 생기기도하고 욕심도 생기는 내면적인 자신만의 세계를 이뤄나간다.
미국와서 자녀를 낳고 기르면서도 한국에서 잔뼈가 굵은 탓인지, 그 바보 시대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살아왔다. 자녀들이 태어나고, 조금 컸을 때 동네 어린이 야구 팀에 넣었다. 한번 배트를 헛스윙해서, “바보같이 그걸 못맞히냐?”라고 하려는데 코치가 “잘 시도해봤어! (Nice try!)”한다. 헛 쳤는데도 잘했단다. 이것이 동양과 서양의 다른 사고 방식인가보다. 학교에서 99점 받으면 미국 부모는 잘 했다고 하는데, 동양 부모는 “왜 1점을 놓쳤어?”한다. 특히, 지리적으로 만주와 한반도 지역의 부모들이 더 심하다고한다. 한반도의 풍수가 그런가보다.
이 내성적인 사람이 화를 내고 폭발하면, 타협의 여지가 없다. 직장에서도, 집안 부부 싸움에서도, 교회의 분쟁에서도, 여의도의 국회에서도, 우리 모두가 내성적임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내성적인 사람은 때로는 인정을 받기위해 남을 비난하기도한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아버지 밑에서 엄하게 자라서 그런지, 아버지의 영향권을 벗어나면 자신의 스트레스를 돌출시키려 남을 비방한다. 말만하면 그 새끼, 저 새끼에다 개새끼다. 자신만의 세계를 이뤄서 다른 사람들을 인정하지 않으려한다. 불행히도, 우리들의 내면 세계가 그러니 외부로 표출되는 것 또한 감추질 못한다.
지난 토요일, 리치몬드 침례 교회에 가서 제1회 사진 컨테스트 심사를 했다. 사진에 일련 번호만 붙어서 누구 사진인지도 모르고 심사했다. 그러니 “짜고치는 고스톱”은 없었다. 출품작들을 보면, 정말 바보 시대를 살아온 우리들의 내성적인 모습들이 많이 들어있다. 너무 욕심이 많아 어느 것이 주제인지도 모를 정도의 복잡한 사진들이 많은 것을 보며, 우리 풍토나 탓해야할까?. 우리 세대에서 바보 시대의 유물을 처분하지 못하고 대물림하면, 다음 세대들이 미국에서 살아가기 힘들다. 버지니아 공대에서 있은 총격 사건의 가해자인 조 승희도 바보 시대의 희생자가 아닌가 싶다.
행여, 대상을 못받은 사람들 중 누구라도, 자신이 대상을 타야한다고 수상자나 심사 위원들을 비방하는 일이 있다면, 자신의 내면에 쌓인 찌꺼기들을 털어놓기 바란다. 이것이 명작을 만드는 데 있어 필수적인 조건이다. 세상이 아름답게 안보이는데, 어떻게 아름다운 사진을 찍을 수 있단말인가? 자신이 만든 차가 제일 좋은 차라고 아무리 외쳐도 아무도 관심을 안가지고 사지도 않으면 좋은 차가 될 수없다. GM의 예에서 이미 증명된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찍은 사진이 아무리 최고의 사진이라고 외쳐도, 주최측에 감동을 못주는 실패작이다. 그리고 오는 토요일이 시상식인데,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기 바란다. 한인 사회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지금까지 칼럼이나 기사를 쓰면서, “잘썼다”고 칭찬하는 독자는 없었어도, 항의 또는 “틀렸다”는 독자들은 있었다. 내성적이면, 칭찬이 잘 나오지 않는다. 우리들이 영어를 한다고 해도 너무 인색하게 쓰는 단어가 “플리즈 (Please.)” 아닌가? 이제, 자식들로부터 효도를 기대하지말고,. 바보 시대로부터 풀어주자. 넓은 대양을 그들 스스로 긍정적으로 헤쳐나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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