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시가전으로 치뤄진 스탈린그라드 전투(1942년 8월-1943년 2월)는 세계 제2차대전에서 가장 치열했고 가장 처참했던 전투 중 하나이다.
히틀러의 전략 목표는 러시아 대륙 남부 지역인 코카사스의 유전지역과 인근 흑지(黑地)의 곡창(穀倉) 지대를 점령해서 소련의 숨통을 조이는 것. 그러자면 먼저 배후의 스탈린그라드를 점령해야한다. 그러나 소련으로써는 만약 스탈린그라드를 잃으면 코카사스 까지 잃는다는 절박감이 있다. 그래서 스탈린그라드는 독일군으로는 반드시 빼앗아야 할 지역, 소련군으로는 절대로 뺏겨서는 안되는 지역이 된 것이다.
1942년 8월 독일군의 최정예 제6군을 중심으로한 병력 60만의 B집단군이 스탈린그라드를 포위하고 연 2천대의 독일군 배행기가 우리의 경기도 지역만한 스탈린그라드와 그 인근에 폭탄을 퍼 부었다. 이때 희생된 민간인만 5만명이다. 독일군의 전술 원칙은 공군의 지원과 함께 전차 보병 공병이 잘 조화해서 협동작전 펴는 것. 이에 대응하여 무기도 부실하고 훈련도 잘안된 소련군은 항상 독일군에게 가능한 가깝게 더 가깝게 붙어서 싸워야했다. 피아가 뒤섞여 전투를 벌이고 있느 곳에는 아군의 피해를 고려해서 독일군이 항공지원도 할 수 없고, 포사격도 할 수 없는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독재자는 원래 자기 목표를 위해서라면 국민 몇 백만이 희생되어도 눈 하나 끔뻑 안하는 생리를 지닌다.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이지역을 확보하라”는 히틀러의 명령과 “어떤 희생을 치르고라도 이지역을 사수하라”는 스탈린의 명령이 맛물려서 전투는 6개월 간 계속되었다. 이 기간 중 양쪽 사상자가 민간인 포함200만이 넘었다니까 하루에 만명씩 죽거나 다친 것이다. 소련군의 경우 전투에 투입된 신병의 생존 기간은 평균 24시간. 어떤 날에는 소련군 일개 사단이 통채로 전멸해서 아예 육군 편제에서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영화 Enemy at the Gate는 이 전투에서 소련군의 저격병이던 바실리 자이체프의 실화를 그린 것이다. 내가 이 영화를 오래 기억하는 것은 인상 깊은 한 장면 때문이다. 전세가 너무 다급해지니까 정치 사령관으로 새로 부임한 후르시쵸프(나중에 소련 수상이 되어 UN 총회 에서 구두짝을 벗어 들고 책상을 두들기던)가 정치 장교들을 다 모아놓고 전세를 역전 시킬 수 있는 “묘안”을 다구친다. 사령관의 서슬이 너무 무서워서 모두 주섬 주섬... 그런데 뒤에서 겁에 질린듯 가느다란 음성이 들렸다. “희망을...” 머리 회전이 빠른 후르시쵸프 사령관은 이 말을 놓치지 않았다. “누구야? 다시 한번 더 말해봐!” 샌님처럼 가냘픈 한 초급 장교가 앞으로 나섰다. “병사들에게 희망을 주는 겁니다.”
그래서 소련군은 뛰어난 저격수 바실리를 영웅화 시키고 그의 전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해서 소련군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는다. 결국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후방에 집결된 소련군이 독일군을 역으로 포위해서 전투를 승리로 종결지었지만 이 승리의 가장 큰 공로는 스탈린그라드를 사수한 이름없는 병사들 그리고 시민들이다. 이들은 희망 하나 붙잡고 견디어서 후방에 소련군이 집결하여 독일군을 역포위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벌어준 것이다.
나는 힘들 때 마다 전쟁 영화를 본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인간이 얼마나 처절해질 수 있는지, 거기서 꽃피우는 생명력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보고 또 본다. 요즘 모두 어렵다고 한다. 매출이 줄어서 걱정이고 고용시장이 불안해서 우울하다. 그러나 경기란 돌고 또 도는 것. 불경기가 있은 다음엔 꼭 좋은 경기가 온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뉴스에 의하면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미국 경기의 회복세을 공식 선언했다. 승리란 희망을 가진자의 몫. 이제 조금만 더 참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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