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단체 효부상 강영초씨
직장포기 13년 전 미국행
밤잠 설치며 종일 간병
“부모님 모시는데 무슨 이유가 있겠어요.”
53세 ‘처녀’ 강영초씨의 오른손 검지는 끝마디가 ‘ㄱ’ 자로 꺾여져 있다.
나머지 손가락들도 모두 제대로 곧게 나 있지 못하고 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다. 십년 넘게 부모님 간병하면서 자기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덕분’에 생긴 흔적들이다.
강씨는 마흔살이던 지난 1996년 미국에 왔다. 건국대 의상학과를 나와 패션관련 회사에 근무하며 부족함 없이 지냈지만 부모님의 몸이 편찮으시다는 얘기를 듣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처음에는 한국으로 부모님을 모셔갈 생각이었지만 미국에서 살고 싶다는 부모님 의사를 존중해 강씨가 미국에 정착했다.
이후 강씨는 직장도 잡지 않은 채 부모님 앞으로 나오는 웰페어로 생활하면서 부모님 수발만 들어왔다.
3년 전부터 어머니 강은자(82)씨가 파킨슨병으로 거동조차 못하는 신세가 되고 아버지 강해백씨는 2007년 전립선 질환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강씨는 요즘 하루 24시간 어머니 곁에 붙어 생활한다.
강씨의 하루 일과는 매일 새벽 12시부터 시작된다. 이때부터 3시간 간격으로 어머니에게 물을 투여하고 음식도 넣어 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목으로 음식을 삼키지 못하기 때문에 호스를 통해 배로 바로 투여해야 하는 일이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약 시간도 정확히 지켜야 한다. 온몸이 굳어가고 움직이지 못하는 파킨슨병은 약 투여시간이 조금만 늦어도 상태가 악화되기 때문에 오전, 오후, 저녁 등 하루 3번 제시간에 약을 투여한다. 덕분에 강씨의 수면시간은 하루 평균 1~2시간으로 줄어들었다. 강씨는 “부모님이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것이 힘들다”고 말했다.
현재 강씨는 LA 한인타운 내 2베드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는 거실에서 주로 생활했는데 집은 병원처럼 간병에 필요한 약들과 기구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런 효행을 인정받아 강씨는 ‘노인축제재단 설립위원회’(회장 최희만)가 선정한 ‘제1회 효녀상 수상자’로 선정돼 1일 나성한인감리교회에서 김재수 총영사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부상으로 베데스다 커뮤니티 클리닉 특별 치료권과 대형 밥솥이 주어졌다.
한편 이날 감리교회에서 ‘노인축제재단 설립위원회’ 주최로 열린 제1회 미주 노인의 날 기념식에는 200여명의 노인들이 참석해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정대용 기자>
효녀상 수상자로 선정된 강영초(오른쪽)씨가 1일 열린 제1회 ‘미주노인의 날 기념식’에서 김재수 LA총영사로부터 감사장을 전달받고 있다.<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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