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적” “잊을 수 없는” 말잔치만… 미중 갈등 다시 관리 국면
▶ 호르무즈·보잉기·미국산 석유 등
▶ 트럼프, 긍정적 시그널 해석 불구
▶ 중외교부, 확답 없는 원론적 입장
▶ 9월 시진핑 방미까지 안정 모드
▶ 트럼프·시진핑 회담 공동성명도 못 내
▶ ‘이란·무역 성과’ ‘대만 압박’ 동상이몽
'세기의 담판'으로 주목받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박 3일 방중은 미중 갈등을 다음 국면까지 미뤄둔 관리의 무대에 가까웠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베이징에서 정상회담과 국빈 만찬, 중난하이 차담까지 이어지는 고강도 외교 일정을 소화했지만, 공동성명이나 구체적 합의문은 내놓지 않았다. 대만·기술·무역·이란 등 핵심 갈등에 대한 대타협은커녕, 양측은 회담 결과를 각자 유리한 방식으로 해석하며 성과를 부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중국 권력의 심장부로 불리는 중난하이에서 시 주석과 차담 및 업무 오찬을 가진 뒤 이날 오후 2시 40분쯤 서우두공항을 통해 베이징을 떠나며 방중 일정을 마무리했다. 중난하이는 시 주석의 집무실과 관저, 중국공산당 핵심 기관이 밀집한 공간이다. 1972년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마오쩌둥 중국공산당 주석과 만나 미중 데탕트의 물꼬를 튼 상징적 장소이기도 하다.
두 정상은 중난하이 안에서도 ‘정원 속의 정원’으로 불리는 정곡(靜谷)을 걸었다. 고목과 괴석, 정자와 회랑이 이어진 이곳에서 시 주석은 수백 년 된 나무와 몸통이 얽힌 ‘연리백’을 소개했고, 청나라 건륭제가 남긴 시구가 새겨진 전통 문도 함께 지났다. 외부에 좀처럼 공개되지 않는 중국 권력의 심장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여주며, 권력 공간과 역사적 상징을 결합한 장면을 연출한 셈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가벼운 대화도 오갔다. 시 주석이 수백 년 된 고목들을 하나하나 가리키며 소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게 오래 사느냐”고 되물었고, 일부 나무는 1,000년이 넘었다고도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겹꽃 장미 품종인 ‘월계화’에 관심을 보이자 시 주석은 중난하이의 중국 장미 씨앗을 선물로 보내겠다고도 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중난하이에서 시 주석은 “이번 방문은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방문”이라며 양국이 ‘중미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라는 새로운 관계 설정을 확정했다고 강조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방문은 매우 성공적이고, 세계가 주목했으며, 잊을 수 없는 방문이었다”고 화답했다.
화려한 수사와 달리 양국이 공개한 결과물은 제한적이었다.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정상회담은 약 135분간 진행됐지만,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은 없었다. 공동성명이나 분야별 합의문도 발표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는 양국 정상이 중동 정세와 우크라이나 사태, 한반도 문제 등 주요 국제·지역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고, ‘중미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를 새로운 관계 설정으로 삼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세, 반도체 수출통제, 대만 문제 등 첨예한 쟁점에 대한 구체적 해법은 제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난하이에서 취재진에게 중국과 “환상적인 무역 합의를 이뤘다”고 자찬할 뿐이었다.
양측의 발표 초점도 달랐다. 중국은 이번 회담을 미중 관계의 새 틀을 마련한 계기로 포장했다. 반면 미국은 무역과 이란 문제에서의 공감대를 부각했다. 중국은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했지만, 백악관 측 설명에서는 대만 문제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이란 문제에 대해 “매우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중국은 대화와 협상을 통한 정치적 해결, 호르무즈해협 항로 재개, 전면적·지속적 휴전이라는 기존 원칙론을 재확인했다. 서로 충돌을 피하되, 민감한 쟁점은 각자 필요한 방식으로 해석한 셈이다.
결국 미중 갈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을 초청한 9월 24일 워싱턴 회동 때까지 다시 ‘관리’ 국면에 들어가게 됐다. 우신보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장 겸 미국연구센터 주임은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중미가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로 양국 관계를 정의하기로 한 것은 매우 중요한 긍정적 신호”라면서도 “관건은 대만 문제를 잘 처리할 수 있느냐”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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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혜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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