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일보 희망캠페인 - 꿈이 있는 하숙집 이야기
젊음이 부럽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그들. 그래서 고민도, 걱정도 많은 ‘젊은 그대’들. 이들에게 희망은 어떤 의미일까. 모델, 영어선생님, 비즈니스맨, 뮤지션, 영화감독, 광고 PD, 디자이너…. 오색찬란한 꿈들이 주저 없이 날개를 펼친다. 한인타운에 있는 한 하숙집에서 이들을 만났다. 이들에게 하숙집은 단순한 ‘집’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낯선 도시, 새로운 환경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훨훨 날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이들을 통해 들어본 ‘희망의 하숙집 이야기’를 전한다.
하숙집 여주인 황윤희(앞줄 오른쪽)씨와 자녀 및 하숙생들이 타운에 있는 하숙집 앞에서 희망찬 미래를 기약하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학비벌어 공부하는 유학생 영어공부·봉사하는 인턴
다양한 인간군상 모여 가족처럼 서로 돕고 의지
모델·교사·사업가 등 나만의 꿈 이루려 ‘구슬땀’
■ 하숙집 식구들
낯선 도시,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만난 하숙집 사람들은 서로에게 든든한 친구이자, 선배이자, 가족이다.
‘하숙집’이란 공통분모로 만나 한 지붕 아래에서 생활하다 보면 말 그대로 ‘식구’(食口)가 된다. 불안정한 미래로 방황할 때는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주고, 삶이 힘겨울 때는 어깨를 도닥여주는 든든한 친구가 되기도 한다.
감기라도 걸려 콜록거릴 때는 하숙집 아줌마는 물론 옆방 식구까지 나서 약이며 물수건을 준비해 준다. 가족도 없는 곳에서 혼자서 아팠으면 어땠을까 눈앞이 깜깜할 정도.
인턴십으로 올해 초 LA에 온 신모(23)양은 “하숙집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살고 있기 때문에 고민이 있을 때 털어놓으면 다양한 조언을 들을 수 있고, 각자 열심히 사는 모습은 서로에게 큰 도전이 된다”면서 “한인타운에서 한국 사람들만 모여 살 것 같지만 태국, 일본, 우즈베키스탄 친구들도 있고, 영어권 코리안 아메리칸들도 있어 영어 공부하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웬만한 안내책자보다 더욱 생생한 여행정보, 식당정보, 샤핑정보, 그리고 유흥정보를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점. “관심사가 비슷한 나이 또래가 모여 있으니 서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한 눈에 알아서 참 좋다”는 것이 ‘하숙집 식구’들의 하나같은 의견이다.
■ 도전하는 젊음
하숙집 사람들은 유난히 바쁘다. 유학생이라도 학비를 벌어 쓰는 경우가 다수고, 인턴십을 하러 왔다고 해도 영어공부에 봉사활동, 자기 계발까지…. 소위 ‘취업 스펙’을 만드느라 얼굴 보기도 힘들다.
누가 유학생들을 ‘오렌지족’이라 불렀던가. ‘하숙집 아줌마’는 ‘유학생=날라리’로 통하는 등식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단다.
“우리 집에 있는 학생들 정말 열심히 살아요. 생활비 아낀다고 몇 시간씩 걸려도 버스타고 학교가고, 아르바이트해서 학비 벌고, 그 돈 쪼개서 한국에도 보내요. 나와서 살아보니 부모님 생각 많이 난다며 점점 더 효자, 효녀가 되어간다니까요.”
하숙집 주인 5년차인 황윤희씨의 말이다. ‘하숙집 아줌마’ 황씨가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자신의 하숙집에서 머물며 6개월 또는 1년간 열심히 생활했던 학생들이 한국으로 돌아가서, 또는 미국에서 취직을 해서 안부를 전해 올 때다.
“새해나 크리스마스가 되면 카드나 엽서가 날아와요. 영화사, 대기업, 광고회사 등에 취직했다며 그동안 고마웠다는 인사를 전하면 정말 보람을 느끼죠. 처음에 우리 집에 올 땐 혼자서 아무 것도 못했던 아이들이 요리, 살림, 청소도 하고, 남들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 보면 정말 기특해요.”
지난 5년간 ‘하숙집 아줌마’로 일하며 100여명의 하숙생을 길러낸(?) 황씨에게 희망은 무엇일까. 그저 지금처럼 좋은 학생들, 앞으로도 계속 만나서 그들이 미국생활을 잘 해나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단다. 그리고 그 하숙생들과 더불어 살아가며 사랑도 듬뿍 받고, 협동심도 배우는 자신의 아들과 딸들도 건강하게 성장했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라며 활짝 웃었다.
# 나에게 희망이란 ?
▲ 임수항(24·WEST 프로그램)
취업연수 끝까지 해내는 것
WEST 프로그램을 중도 포기하지 않고 무사히 끝내는 것. 제1기 한미 대학생 연수취업(WEST) 프로그램에 선발돼 지난 3월 생애 처음으로 국제선 비행기를 타고 미국에 왔다. 샌디에고에서 어학연수를 마치고 현재 LA에 있는 대한항공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이다.
▲ 이현석(25·학생)
돈 많이 벌어 부모님께 효도
빨리 학교를 졸업하고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돈도 많이 벌어서 가족에게 효도하는 것. 학비 마련이 쉽지 않았지만 지난 9월부터 국제무역학도로 공부하고 있다. 학연이나 지연에 얽매이지 않고 노력하고 일하는 만큼 결과가 나오는 미국에서 새로운 꿈을 펼치고 싶다.
▲ 피터 임(24·서비스업)
비디오 에디터로 우뚝 설 것
비디오 에디터로 성공하고 어머니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 집은 풀러튼이지만 올해 초 LA로 올라와 현재 선셋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다. 비디오 에디터의 꿈을 위해 조만간 비디오 에디팅 아카데미에 진학할 예정이다.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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