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한다니 무슨 뜻인가. 언어가 소멸되기도 하고, 언어가 현재 많은 사람들에게 사용되기도 한다는 뜻이다. 세계에서 사용되는 언어의 수는 7,000여 가지가 있다고 한다. 소수민족, 혹은 작은 마을, 작은 그룹에서 사용하는 특수한 말까지 합친 수를 뜻한다. 그런데 이런 언어들이 차차 없어진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 그 특수한 말들을 후세에 전하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하는 방법이란 글자일 텐데 그 글자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말과 글자의 관계이며, 말의 수가 글자의 수보다 훨씬 많음을 알린다.
특수한 말을 나타내는 글자는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고안하거나, 다른 말을 쓰는 사람들의 글자를 빌려 쓰는 방법이 있다. 우리의 역사를 보더라도 한글이 없던 시기에는 중국의 한자를 빌려 쓰지 않았는가. 그 당시 말과 글자가 일치하지 않아서 얼마나 불편하였을까. 우리가 한국말을 보전할 수 있는 글자가 있음은 다행한 일이다. 이만큼 사용하는 언어에 꼭 맞는 글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어려운 일인 것이다.
올해 563주년을 맞이하는 한글이 반포된 이후에도 생활의 타성이나 사대주의 때문에 한글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한 시기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어떤가. IT시대가 열리면서 한글은 더욱 빛을 내더니 드디어 세계의 우수한 글자로 자리 매김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께 한층 더 감사드리게 된다.
한자가 뜻을 나타내는 것과 달리 한글은 표음문자이므로 거의 어떤 소리든 표기할 수 있는 것이 장점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생명을 잃어가는 언어들을 한글로 표기하여 삶을 이어가게 할 수는 없을까. 말하자면 ‘한글’이 수출품은 될 수 없을까라는 글을 전에 쓴 일이 있다.
그런데 그게 한낱 꿈이 아니었다. 현재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주의 부튼 섬에서 종족 고유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그들 자신만의 언어는 찌아찌아어다. 그 동안 언어는 있었지만 글자가 없었으나 한글로 민족 고유의 언어를 읽고 기록하게 된 것이다. 그들은 한글로 된 교과서로 자신들의 언어를 배우고 있다.
한글의 영향력이 하루하루 넓어지고 있음은 한글의 우수성이고 우리의 자랑이다. 세계 언어 중 절반이 2100년까지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는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에 주목한다. 이는 한글의 역할이 요구됨을 말한다. 그래서 ‘한글의 세계화’라는 말이 등장하였다.
글자가 없는 사람들이 한글을 받아들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은 인류 문화의 다양성을 유지해 나가는 일이기도 하다. ‘패권’에는 군사력, 경제력만이 아니고 때로는 문화의 힘도 작용한다. 한글의 수출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와 달리 요즈음 한국 내에서 한국어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어린이들의 영어 학습이 활발하다. 어린 학생들이 영어권이나 중국어권으로 유학을 떠나는 경향이 있다. 이메일을 주고받는 글들은 짧게 축소된 말이나 기호여서 이해하기 힘들다. 수출품을 챙기기 전에 내수품의 점검을 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
한글의 건강을 지키는 일에 좀 더 신경 써야 한다. 언어는 살아서 움직이는 것이기는 하지만 표준어, 옳은 철자법, 문법을 사용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수출품의 품질도 향상되니까 말이다.
허병렬 / 교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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