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죽는 눈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처럼 타올라야지. 묻지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1985년 5월 16일, 미지의 나라 미국에 유학생의 신분으로 첫 발을 디딘 지 어언 24년 반이란 세월이 흘렀다. 흔히들 말하는 ‘각고(刻苦)의 이민생활’ 가운데에서 그나마 한가닥 위안이 되었던 노래가 조용필님이 1985년에 세상에다 던져놓았던 가락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란 노랫말이었다.
범상치 않은 가사가 내 귀를 통해 나의 영혼에 다가 왔을 때, 나는 이 노래의 주인공인 표범을 나와 동일시하려는 주제넘은 상상을 펼치곤 했다. 아! 나는 샌프란시스코/실리콘밸리의 표범으로 살고 싶다. 결코 우물안 개구리처럼 세상 넓고 깊은 줄 모른 채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연연해 하는 또다른 하이에나로는 결코 살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오늘은 숫자 (2) 에 관해 말하는 날이다. 둘이란 개념은 양면성 또는 이중성을 뜻하기도 한다.
한자어로 사람 인(人) 이란 문자가 형상적으로 암시하듯 사람은 두 가지 개체가 서로 기대어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갖고 있는 듯 싶다. 그래서 남자와 여자가 모여 살며,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생활의 터전에서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보다 나은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게 우리들의 삶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데, 초인간적 능력의 소유자이신 절대자, 그 분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쉬운 인생길을 깔아놓아 주시진 아니하고, 틈틈이 만족과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평소 길은 비포장(非鋪裝) 상태로 남겨 놓으신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다소 힘겨워하면서도 주어진 인생길을 열심히 따라 가다가 가끔식 다른 정류장에서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과도 정(情)을 나누며 또다른 세상을 자기 가슴에 품어보는 재미를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앞날을 알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들중에 하나가 중용(中庸)이란 생각이 든다. 중국의 고대 철학자 맹자께서는 사람사는 이치가 바로 중용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고 설파했으나 실제로 중용이 어떤 길이라는 것은 아직까지도 확실하게 정의된 바 없다. 그저 어렴풋이 어느 쪽으로도 치우침이 없는 중정(中正)을 의미하는 듯 보이지만 이변비중(離邊非中)의 경지도 함께 추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 어렵다. 양쪽 극단을 피하되 가운데마저도 집착하지 않도록 하는 경지에 어떻게 이룰 수 있다는 말인가?
이렇듯 답답할 때 , 머리를 스치는 싯귀가 하나 있다. 바로 이곳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미국 문인으로 미국의 퓰리처상을 3번씩이나 수상한 바 있는 로버트 프로스트(1875-1963)의 ‘가지 않은 길’이란 시가 바로 그것이다.
‘ 노란 숲 속에 길이 두갈래 났었습니다.
나는 두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한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데까지
바라다 볼수 있는데 까지 멀리 바라다 보았습니다.’
그렇다. 인생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언급한 것처럼 어차피 완성된 것이 아니라 가능태에서 현실태로 옮겨가는 이동성(移動性)에서 그 완성도를 높여갈 따름이라 여겨진다. 우리 인간들은 이같은 한계성을 인정하고 항상 겸손함을 바탕으로 우리나름대로 열심히 사랑하면서 살아갈 의무와 권리가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들이 이처럼 한결같은 노력을 한다면 언젠가 각자의 소망은 이루어 지며 우리들의 이상향을 바로 이 땅에서 구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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