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하원의 25개 상임위원회 중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세입위원회’(House Ways and Means Committee)다. 헌법 제1조 7항에서 모든 세입의 법들은 하원에서 발의되어야 한다고 정해져 있으며 세입위원회가 그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 위원회는 연방정부 살림에 필요한 모든 수입을 거둬들이는 책임을 가지고 있다.
개인 세금, 기업 세금, 유산세, 증여세 등 모든 세금을 올리고 내리는 일뿐 아니라 사회복지 관계의 모든 분야에 있어서의 입법이 세입위원회 소관이기 때문에 그 위원장의 권력은 막강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대통령 다음으로 중요한 자리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현 위원장은 뉴욕 주 할렘 출신인 찰리 랭글이다. 랭글 의원은 1970년에 아담 클레이톤 파웰이라는 목사 출신 하원의원에 도전해서 당선된 사람이니까 39년의 관록을 가지고 있다. 랭글 위원장은 현재 하원 윤리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그는 몇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그 하나는 그의 이름이 들어간 뉴욕시립 대학의 연구소 기금에 기부하라는 편지를 세입위원장 이름으로 기업들에 보낸 것이 윤리 강령을 어겼다는 것이다. 기업들에 대한 세금을 올릴 수 있는 위원장의 편지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내게 되는 가능성 때문이다.
그가 또한 도미니칸 리퍼블릭에 있는 별장을 임대해서 번 7만5,000여 달러에 대한 세금을 안 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그 밖에도 뉴욕시에서 실제 입주자에게만 시세보다 싸게 제공하는 아파트를 네 채씩이나 임대받아 그 중 하나는 자기 사무실로 썼다는 사실도 조사 대상이 되고 있다.
이것저것 조사가 진행 되던 중에 랭글은 하원에 의원 재정보고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50만달러 내지 100만달러의 재산을 누락시켜 이를 수정 보고한다고 8월 발표한 바 있다. 하원의 연방 신용 조합에 있는 25만 내지 50만달러의 계좌와 메릴린치에 있던 그 만큼의 다른 계좌를 깜박 잊고 신고에 안 넣었으니까 수정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 상식으로 자기 재산 보고를 하는데 50만 내지 100만달러를 기억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해되기 어렵다. 더구나 세입위원장이라는 사람이 세금 보고에서 별장 대여 수입을 빼놓았다는 것은 심각하다.
공화당 쪽에서는 랭글이 세입위원장 자리를 내놓아야 된다고 공격하지만 민주 당원 26, 공화당 15명으로 된 위원회에서의 표결이 어찌될는지는 뻔하다. 그러나 공화당 의원들의 부패를 규탄하여 다수당이 된 민주당이 랭글의 설명이 어려운 행위를 옹호하다가는 2010년 중간 선거에서 패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어 일부 진보 논객들은 랭글이 자진 사퇴를 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어떤 칼럼니스트는 랭글이 세입위원장이라고 주변 사람들이 떠받드는 바람에 자기는 법 위에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게 되었다고 비난한다. 랭글이 1970년에 낙선시킨 파웰 전 의원은 535명의 상하양원 의원들 중 두엇 밖에 안 되던 흑인이었다. 그의 비서진들이 의회 식당에서 밥을 사 먹지도 못하던 시절 그의 모멸감이 어느 정도였을까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차별을 핑계로 삼았던지 목사라는 전직이 무색하리만큼 사무실 경비지출에 있어서의 의문과 여자들과의 추문이 뒤따랐기 때문에 하원에서 축출되었다가 다시 당선되는 등 복잡한 사연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을 물러 치고 1970년에 당선되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많은 업적을 세웠다는 평을 받아왔던 랭글이 윤리위원회의 조사 대상이 된 데서 역사는 돌고 돈다는 점을 느끼게 된다.
남선우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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