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일보 희망캠페인 - ‘KAYC’ 약물예방 캠페인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너희는 미래의 희망’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여기 ‘어른들의 행동이 우리의 희망’이라고 외치는 청소년들이 있다. 한인사회 약물예방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KAYC’(Korean American Youth Council)의 멤버들이다. 마약은 물론이고 술과 담배 역시 중독을 유발하는 ‘약물’이라며 어른들이 먼저 솔선수범하여 금주와 금연을 실천할 때 우리 청소년들을 약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인사회에서 본격적인 ‘음주시즌’으로 접어드는 연말을 앞두고 더욱 바빠지고 있는 KAYC의 청소년들을 만나봤다.
스트레스 풀려 음주·흡연
자녀들에게 ‘나쁜 본보기’
한인 인식·행동변화 목표
빨간 리번 달고 예방 운동
■ 빨간 리번의 날
지난 20일 오후 ‘아시안 약물남용 방지프로그램’(AADAP) 가디나 사무실 한 켠에서는 한인 고교생들이 빠른 손놀림으로 빨간 리번을 만들고 있었다. 한인사회에서 약물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KAYC’ 회원들이다.
이들에게 ‘빨간색’은 특별하다. 분홍 리번이 유방암 예방, 노란 리번이 군인 후원을 뜻하는 것처럼 빨간 리번은 ‘드럭 프리’(Drug Free)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약물중독 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니 가슴에 늘 빨간 리번을 다는 것은 기본.
또 다른 의미도 있다. 빨간색을 보면 ‘대~한민국’이 생각난다. 월드컵 경기가 펼쳐질 때 빨간 티셔츠를 입고 ‘대~한민국’을 외쳤다. 그래서 빨간색이 더욱 자랑스럽다는 한인 청소년들이다.
이날 만들어진 300여개의 레드 리번과 배지를 23일부터 시작되는 ‘레드 리번 주간’과 12월로 예정돼 있는 ‘안전한 한인사회 만들기’ 가두캠페인에서 한인들에게 직접 나눠줄 계획이다. 월드컵 때처럼 한인사회 곳곳에서 약물퇴치를 뜻하는 ‘붉은 물결’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 부모는 자녀의 희망
KAYC의 한인 고교생들은 한인사회에서 마약이나 알콜 등의 약물남용을 방지를 위해서는 부모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매년 사우스베이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음주 및 마약사용 실태에 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해 보면 음주를 하는 학생들 중 약 20%는 부모로부터 술을 얻는다고 답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녀들의 마약 문제는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는 부모들이 정작 자신들의 음주와 흡연에는 비교적 관대한 이중 잣대를 가지고 있다는 것. 한인사회에서는 음주를 하나의 ‘문화’로 여기며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명 연예인들이 술 광고에 등장하고, 술을 마시며 ‘건강을 위하여’를 외치는 행동도 청소년들 보기엔 의아할 뿐이다.
노민경(가디나 고교 11학년)양은 “어른들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운다고 하지만 자녀들에게는 본이 되지 않는다”며 “음주와 흡연이 아닌 건전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 자녀들이 이를 보고 배울 수 있도록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안전한 한인사회 만들기
사실 이들은 쉽지 않은 일을 시작했다.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계몽운동을 펼치고 있으니 당장 눈앞에 결과가 나오지 않을뿐더러 음주를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는 한국사회에서 인식변화란 기나긴 시간싸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전희원(CAMS 10학년)양은 “마약은 물론 음주, 흡연도 약물남용과 중독의 일종이며 가정과 자신을 파괴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하고 “캠페인을 통해 한인들의 인식과 행동에 변화를 가져오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연말을 앞두고 더 바빠진다. 본격적인 송년회 시즌이 시작되기에 앞서 12월초에는 가디나와 밸리, LA 등에서 ‘안전한 연말연시 안내서’를 제작, 배포하는 일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서라(가디나 고교 11학년)양은 “주변 술 마시는 친구들이 내가 KAYC에서 활동하는 것을 보고 서로 금주하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면서 “연말연시 안내서 배포에도 한인마켓이나 업소 등이 동참, 음주사고를 방지하고 안전한 연말을 보낼 수 있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안전한 연말연시 안내서’를 식당이나 업소에 비치하고 싶은 업주는 KAYC측으로 연락하면 된다.
약물예방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KAYC’ 회원들과 이들을 후원하는 ‘아시안 약물남용 방지프로그램’(AADAP) 관계자들이 마약퇴치를 의미하는 빨간 리번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박상혁 기자>
■ KAYC는
8~12학년 학생 모여
한인사회 계몽에 앞장
KAYC는 한인사회 약물남용 방지를 위해 지난 2007년 창립됐으며 ‘아시안 약물남용 방지프로그램’(AADAP)이 후원한다. 매주 수요일 정기모임을 갖고 한인사회 약물예방에 대해 토론하고 실제로 커뮤니티를 변화시켜나가는 것이 목표다.
마약 및 알콜에 관한 인식도 조사를 정기적으로 펼치며, 미디어를 통해 이를 알리고 계몽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의사결정과 임원진 선출은 토론과 회의를 통해 이뤄지며 사회참여 및 리더십을 배울 수 있는 기회로 대학진학에도 도움이 된다. 현재 신입회원을 모집하고 있으며 8~12학년 학생 누구나 동참할 수 있다.
(323)293-6284, www.kaycla.org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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