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방학에 우연히 친한 사람 셋이 모두 한국에 다녀왔다. 각자 따로 가서 한국에서 만날 수는 없었지만 다녀온 후 다시 만났을 때 그 곳에서 재미있었던 일을 영웅담 이야기 하 듯 주고 받았다. 나이가 들었어도 엄마 그늘이 좋더라하며 해주는 밥 얻어 먹고 형제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 우애를 나눈 이야기를 주고 받을때 한 사람은 전혀 처지가 다른 콩쥐 팥쥐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 어머니는 영양제 몇 병과 간단한 선물에도 돈 많이 썼다며 걱정하시고 얼굴만 봐도 좋다고 하셨다. 반면 그 친구는 6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새엄마인데 영양제 및 선물도 많이 사오라고 요구하고 들고 갔던 가방 구두까지 다 빼앗아 자기가 낳은 딸에게 주었다는 등 드라마에서만 본 듯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갑자기 나의 시어머님이가끔 며느리들에게 섭섭할 때 시누이앞에서 “너희들은 피가 통하지않는 남이라서 그래” 하시던 말씀이 생각났다. 가까이 다가가 가족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시누이와 시어머님이 똘똘 뭉쳐 그런 소리를 하면 피 가름으로 선을 긋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사실 피 통하는 혈육끼린 심한 말로 다퉜어도 시간이 지나면 스르르 녹아 감정의 앙금이 없고 손이 안으로 굽 듯 그 저 잘 해주고 싶은데 피 안 통하는 사람끼리는 사소한 다툼도 앙금으로 남고 친해지기 위해 꾸준한 노력이 필요해지는 관계이다.
사랑하는 `님’에도 점 하나만 붙이면 `남’이 되듯 피가 통하지 않는 사이에선 오늘 사랑하는 관계가 영원하지않고 나중에 원수가 될 수 있는게 사람 마음인데 피 통하는 부모 자식 간, 형제 간엔 끈끈한 정 이상의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되는 관계,허물도 용서되는 관계가 혈육이라고……
하지만 미국에서 살다보니 한국의 부모 형제와 떨어져 있는 나로서는 가끔 국제 전화하는 혈육인 가족보다 교회나 한국 학교에서 자주 보고 이야기하며 힘들 때 위로해주고 시간을 같이 많이 보내는 이웃 분들이 오히려 피가 통하는 가족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이사할 때. 아플 때, 이런 저런 도움이 필요할 때에 아무 조건 없이 직접적인 도움을 받기도 하고 사소한 이야기도 다 들어주기 때문이다.
같이 어려운 처지에 같은 혈통을 가진 한국인끼리 사기를 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나라 사람인데도 우리 말 우리 글, 문화에 관심을 갖고 존중해 주는 사람들을 이 곳 한국 학교에서 만나면 그저 통하는 사람 같아 좋아진다.
미국 교사들에게 한국 역사 문화를 가르치는 미국인 Mrs. Connor는 역사 교사로 있을 때 다른 아시안 학생들에 비해 여기서 자란 한국계 학생들이 한국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을 안타까이 여겨, 자기와 아무 관련이 없는데도 퇴직 후 미국 교사들에게 한국 역사문화 알리는데 열심이어서 한국인인 나를 부끄럽게 한다.
우린 끊임없이 공통 분모를 찾아 가름하길 좋아한다. 크게 보면 사람의 범주에 들어가건만 생김새 가름으로 아시아인으로도 나누고 피 통하는 한국인끼리도 같은 성, 나이, 취미, 동문, 단체, 지역 등으로 나누어 공통 점을 찾길 좋아 한다. 하지만 피 통하지않은 사람끼리도 뜻과 생각이 같으면 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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